화재로 인한 사상자 확인 및 상황
울산 남구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주민이 베트남전 참전 국가유공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매캐한 공기와 탄내가 가득했으며 소화용수가 복도 곳곳에 고여 있었다. 불이 난 세대 내부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집 안의 모든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고, 화재 진압 과정에서 쓰레기를 집 밖으로 옮기면서 만들어진 쓰레기 산을 보았다. 화재 당시 소방관들이 세대 현관문을 열자 높이까지 쌓인 쓰레기 더미를 발견했으며, A씨는 쓰레기 위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생을 마감했다.
베트남전 참전 명예수당 수령자…20년간 아파트 홀로 지낸 과거
A씨는 월남전 참전 유공자였으며 매달 정부로부터 약 45만원의 참전명예수당을 받고 있었다. 그는 이 아파트에서 20년 가까이 홀로 생활하며 수 년 전부터 저장강박 증세를 보이고 쓰레기를 집 안에 쌓아두는 생활을 이어왔다. 오랜 기간 쓰레기와 폐가전, 옷 등을 쌓고 있었으며, 주민들은 A씨가 짐을 가지고 들어오며 쓰레기를 더 가득 채우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웃 증언 및 아파트 관리상황
한 이웃 주민은 "A씨에게 있어 쓰레기는 우리 눈에는 중요한 물건인 것 같았다"라고 말하며, A씨가 집 안에 쓰레기를 쌓아둔 것을 보고 불편했지만 직접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방관했다고 고백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몇 년 전 한 번 쓰레기를 치우고 도배까지 새로 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이후 다시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고, 정리를 요구하자 '법대로 하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구청과 동 행정복지센터에서도 여러 차례 찾아와 정리를 권유했지만 A씨가 강하게 거부하면서 제도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다.
저장강박 의심 가구 관리 공백...스프링클러 미설치
이번 화재는 저장강박 의심 가구에 대한 관리 공백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A씨가 쓰레기 집을 만들어가는 오랜 세월 동안 본인은 물론 이웃들도 악취와 해충 등 고통을 겪게 되었지만, 현행 제도상 지자체가 강제로 개입할 근거가 부족했다. 일부 지자체에는 저장강박 의심 가구를 지원·관리하는 조례가 마련돼 있지만 남구에는 관련 제도적 근거가 없다는 한계점을 드러냈다. 또한, 화재 발생 아파트는 각층에 옥내소화전만 설치되어 스프링클러 시설은 없었다. 소방 당국은 해당 아파트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총 10층으로, 현재의 소방시설법하에서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적용되는 경우이며, 법 개정 이전에 만들어진 아파트까지 이런 의무를 소급 적용하지 않아 노후 공동주택 상당수가 여전히 스프링클러 없이 방치돼 있다.
소방청은 지난 6월 공개한 '전국 노후 아파트 현황'에 따르면, 준공 후 20년 이상 된 전국 노후 아파트 중 45%가 여전히 스프링클러 설비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화재는 노후 아파트의 안전 취약성을 다시 한 번 시사하는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