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모아놓는 습관'과 '살고 있는 공간의 경계'
울산 남구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70대 주민 A씨가 베트남 전 참전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A씨는 이 아파트에서 20년 가까이 단신으로 살아온 존재였다. 매달 정부로부터 월 45만원 수준의 참전명예수당을 받았지만, 집안에 쓰레기를 쌓아두는 생활을 지속했다. 화재 당시 A씨가 높이 쌓인 쓰레기 더미 위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다.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 과정에서 집 안에서 쓰레기가 성인 남성 키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저장강박' 증세, 이웃들과의 생활 불편 심각
화재 현장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더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 당시 세대 내부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전해졌다. 이웃 주민들은 오랜 기간 동안 A씨의 집안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해충으로 고통받았다고 한다. 한 이웃 주민은 "우리 눈에는 쓰레기지만 본인에게는 중요한 물건이라고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도 “몇 년 전 한 차례 아파트 경비를 들여 쓰레기를 모두 치우고 도배와 장판까지 새로 해준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후 다시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고, 정리를 요구하자 '법대로 하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저장강박 가구에 대한 관리 공백, 지적과 우려 증대
A씨의 사례는 저장강박 의심 가구에 대한 관리 공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청과 동 행정복지센터에서도 여러 차례 찾아와 정리를 권유했지만, A씨가 강하게 거부하자 제도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일부 지자체에는 저장강박 의심 가구를 지원·관리하는 조례가 마련돼 있지만, 이번 화재가 난 남구에는 관련 제도적 근거가 없는 상태이다. 소방 시설 사각지대 또한 이번 화재 참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화재가 난 아파트는 각층에 옥내소화전 1개씩 설치된 상태였지만 스프링클러 시설이 없었다.
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