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직장인과 생산성 향상 그래프를 보여주는 이미지

출처 : SONOW

생성형 AI, 노동시장 전반에 광범위 확산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이미 특정 계층의 전유물을 넘어 노동시장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18일 발간한 'AI의 빠른 확산과 생산성 효과: 가계조사를 바탕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만 15세~64세 취업자 5,51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생성형 AI를 한 번이라도 사용해본 비율이 63.5%에 달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업무 목적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근로자가 51.8%로 과반을 넘었다는 것이다. 이는 생성형 AI가 단순한 개인적 호기심이나 실험 차원을 넘어 실제 업무 환경에서 실용적 도구로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높은 활용률은 생성형 AI 기술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음을 보여준다. ChatGPT를 비롯한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들이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되면서, 기업 규모나 개인의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생성형 AI의 광범위한 확산은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전환점을 보여주는 것"
이라며 "과거 PC나 인터넷의 보급과 유사한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무시간 3.8% 단축, 구체적 생산성 향상 입증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결과는 생성형 AI 활용을 통한 구체적인 생산성 향상 효과가 수치로 입증됐다는 점이다.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근로자들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할 때 주당 약 1.5시간의 시간 절약에 해당한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업무시간 단축을 "생산성 향상의 가장 직접적인 증거"로 평가했다. 동일한 업무를 더 적은 시간에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노동 투입 대비 산출이 증가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행은 생성형 AI의 잠재적 생산성 향상 효과를 1.0%로 추산했다.

직업별로는 관리직과 전문직에서 1.5~2.8%의 업무시간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이들 직군이 문서 작성, 자료 분석, 기획 업무 등 생성형 AI가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업무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경력이 짧은 근로자일수록 더 큰 업무시간 단축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생성형 AI가 숙련된 경력자가 보유한 암묵적 지식을 일부 대체하고, 경험 차이에 따른 업무 소요시간 격차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석했다.

AI의 업무 숙련도 격차 완화 효과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가장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생성형 AI가 가져오는 업무 평준화 효과다. 경력이 짧은 근로자들이 생성형 AI를 통해 더 큰 업무 효율성 개선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AI가 기존의 경험과 숙련도 격차를 상당 부분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통적으로 업무 현장에서는 경력과 경험에 따른 업무 처리 속도와 품질의 차이가 존재했다. 숙련된 직원은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반면, 신입이나 경력이 짧은 직원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이러한 "경험의 불균형"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있다. AI가 제공하는 지능적 지원을 통해 경력이 짧은 근로자도 숙련자 수준의 업무 처리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기획안 작성 등에서 AI의 도움을 받으면 초보자도 경험자 못지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평준화 효과는 조직 내 업무 배분과 인력 활용 방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경력에 따른 업무 할당의 경직성이 완화되면서, 능력과 적성에 따른 보다 유연한 업무 배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한 이는 신입 직원의 조기 전력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상당한 경험이 축적돼야 담당할 수 있었던 고난도 업무들을 AI의 지원을 받아 더 빨리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인력 개발과 조직 효율성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AI 기술발전 기금' 제안, 근로자 32.3% 참여 의사

한국은행은 이번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정책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AI 기술발전 기금'이라는 개념으로, 근로자들이 매월 소득의 일정 비율을 납부하여 AI 관련 기술 발전과 적응을 위한 별도 재원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조사 결과 근로자의 32.3%가 이러한 기금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관심도로, 근로자들이 AI 기술 발전에 대해 단순히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적극적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신의 직업이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 근로자일수록 기금 참여 의사가 높았다는 것이다. 이는 AI로 인한 직업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오히려 적극적 대응 의지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기술발전 기금은 여러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재교육 프로그램 지원, AI 리터러시 향상 교육, 일자리 전환 지원, 새로운 직업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AI 기술 발전의 혜택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면서도, 기술 변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노동팀장은

"광범위한 AI 활용은 근로자 업무시간을 감소시키고, 약 1%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면서 "AI로 인한 업무시간 단축을 어떻게 활용해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지,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고민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발간한 'AI와 한국경제'에 이은 두 번째 AI 관련 보고서다. 당시 분석에서 한국은행은 "AI 도입은 한국경제 생산성을 1.1~3.2%, GDP를 4.2~12.6% 높일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어, 이번 실증 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