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현장을 분석 중인 프로파일러 모습

출처 : SONOW

현대 수사에서 떠오르는 전문가, 프로파일러의 등장

범죄심리분석관, 흔히 '프로파일러'로 알려진 이 직업은 범죄 수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존 물적 증거 중심의 수사가 한계에 부딪힐 때, 심리와 논리를 바탕으로 사건의 맥락을 해석하고 용의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이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 경찰청에는 약 40여 명의 프로파일러가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이상범죄·연쇄살인·강력범죄 사건을 담당한다. 특히 ‘그것이 알고 싶다’나 ‘tvN 시그널’ 같은 콘텐츠의 영향으로 이들의 직업적 위상이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프로파일러는 단순한 범죄 예측이 아니라, 사건 현장의 정황·피해자 상태·범행 수법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용의자의 성향, 연령대, 생활 반경 등을 추정한다. 범죄 발생 초기 수사방향 설정, 목격자 진술 확보, 피의자 심문 및 자백 유도까지 참여 범위도 광범위하다. 특히 자백 후 여죄를 밝혀내는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한다.

논리와 심리의 교차점, 직업으로서의 프로파일러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역량은 단순한 수사 기술을 넘어선다. 기본적으로 심리학, 사회학, 경찰행정학 등 인문·사회계열의 학문적 기초가 요구되며, 수리·논리력과 언어적 이해력은 이 직업의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연쇄살인의 범행 간격이 점점 짧아지는 경우, 이는 범인의 통제력 약화로 볼 수 있고, 다음 범행의 시간·장소를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이러한 추론은 고도의 논리력과 범죄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실제 업무에서는 ‘실마리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는 마치 학술 연구와도 유사하며, 범죄자와의 심문 과정에서는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직관이 요구된다. 단순한 직무훈련이 아니라, 지속적인 심리 분석 훈련과 케이스 스터디가 병행되어야 하기에 매우 전문적인 직종이다. 미국 FBI의 ‘Behavioral Analysis Unit(BAU)’처럼 한국도 전담 조직 확대와 훈련 체계 정비가 병행되고 있다.

지속 성장하는 수요와 정책적 과제

범죄의 지능화와 잔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프로파일러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과 법무부는 2024년부터 심리수사 전문인력 양성 계획을 발표하며 매년 10명 이상의 신규 전문요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실제 사건에 배정되는 프로파일러의 수가 제한적이고, 1인당 담당 사건 수가 많아 번아웃과 심리적 부담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특히 지방경찰청 단위에서의 전문 인력 배치가 미흡해 사건 초기 대응에서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수사기관 외 민간 차원의 심리분석 전문 인력 확충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성폭력상담소, 법원 등에서도 프로파일러 출신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으며, 직업군으로서의 외연 확장이 기대된다. 민간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의 관련 교육 커리큘럼 확대 역시 미래 수요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으로 평가된다.

복합적 시대, '수사' 그 이상을 수행하는 존재

프로파일러는 단순히 ‘범인을 찾아내는 사람’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구성하는 전문가로 진화하고 있다. 범죄 예방, 법심리 자문, 제도 개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계가 확대되며, 경찰청 내에서도 이들을 ‘과학수사의 브레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각 지역 경찰청별 전담 인력 배치, 중장기적으로는 민·관 협력 기반의 전문 인재 육성 체계가 정비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사람을 이해하고 사건을 재구성하는’ 이 직업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향후 AI 기반 범죄예측 시스템과의 협업, 디지털 범죄 심리 대응 등 미래형 수사환경에서도 프로파일러의 전문성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