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기자간담회 모습

출처 : SONOW

"잔치 분위기에만 머물면 머지않아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일 K컬처의 지속가능성 위기를 경고하며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장관은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K컬처가 세계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엄청난 기회가 온 것은 맞지만, 지금이 정점이라는 회의론과 더 심각한 절망의 목소리가 현장에 넘친다"며 "잔치 분위기에만 머물면 머지않아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컬처의 현재 성공이 지속되려면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창동 감독 신작 사례로 본 영화계 투자 공백 현실

최 장관은 영화계 투자 공백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로 이창동 감독의 신작을 언급했다. "이창동 감독이 중예산 영화를 준비하며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제작비 일부를 받았지만, 나머지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지원금을 반납했다"며 "결국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글로벌 확산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국내 자본시장이 제 역할을 못 해 창작자가 어쩔 수 없이 해외 플랫폼에 의존하는 현실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작자가 해외 글로벌 OTT 외에도 다른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유통망과 투자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극장 상영만 영화로 보는 낡은 이분법 고치겠다" 영비법 개정 예고

최 장관은 법·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력히 역설했다. "K컬처가 맞이하고 있는 엄청난 위기를 극복하려면 법과 제도부터 고쳐야 한다"며 "낡은 틀이 아직도 남아 있는 만큼 이를 미래 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극장 상영만 '영화'로 보는 낡은 이분법을 고치겠다"며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을 예고했다. 문체부는 단기적으로 '영상물' 정의 수정 등 가능한 조항부터 손보고, 관련 하위 규정까지 일괄 정비할 방침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메이드 위드 코리아로" 국제협업 확대

최 장관은 공동제작을 비롯한 국제협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꼭 '메이드 인 코리아'만이 아니라 '메이드 위드 코리아'도 우리의 기회"라며 "제작 과정에 한국 창작자와 인력이 참여한다면 그것 역시 K컬처 확산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지식재산(IP) 주권을 지키는 동시에 해외와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P 보호 과제도 제기했는데, "해외에서 불법 유통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침해 유형까지 고려해 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정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화재정은 올해 8조8,000억원에서 내년 정부안 9조6,000억원으로 9.2% 늘었지만, 전체 정부 지출 대비 비중은 1.31%에서 1.32%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최 장관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문화재정 비율이 여전히 중하위권"이라며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