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8년 만에 6억 이용자 확보, 미국 상륙 3년 차 돌풍
중국 숏폼 드라마(微短劇)가 저비용·초고속 제작과 자극적 서사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을 휩쓸며 할리우드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 최신호에 따르면, 2017년 중국에서 첫선을 보인 지 8년 만에 6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중국 숏폼 드라마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 제작사들의 미국 진출 전략은 매우 독특하다.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에서 촬영하면서 미국 배우와 감독을 고용하지만, 대본은 중국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전체 촬영 기간은 평균 1주일 만에 완성되며, 제작비는 한 편당 15만달러(약 2억원)에서 30만달러 수준으로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차별화된 접근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성과는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숏폼 드라마는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에서 2억7천만달러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제작사 릴숏이 만든 '억만장자 남편의 이중생활'과 '이혼한 억만장자 상속녀' 같은 작품들이 각각 수천만 달러에서 3500만달러(약 488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대박을 터뜨렸다.
중국 제작사들은 올해 한 해 동안 1000편 이상의 숏폼 드라마를 미국에서 제작할 예정이며, 이는 로스앤젤레스 연예계에 25%의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더욱 주목할 점은 무명 배우들의 일당이 기존의 7배인 1500달러로 급등했다는 사실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vs 중국 숏폼, 새로운 경쟁 구도
중국 숏폼 드라마의 성공 비결은 기존 할리우드 제작 방식과의 근본적 차별화에 있다. 할리우드가 수백억 원의 제작비와 수년간의 제작 기간을 요구하는 반면, 중국 숏폼 드라마는 극도로 압축된 제작 과정과 자극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특히 치정 관계, 복수극, 재벌 가문의 갈등 등 막장 드라마 스타일의 소재를 활용해 시청자들의 즉각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 이는 기존 할리우드의 정교한 서사 구조나 높은 제작 가치보다는 강렬한 몰입감과 중독성에 초점을 맞춘 접근법이다.
이러한 변화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여동생인 토스카 머스크도 주목할 정도다. 그녀는 제작사 패션플릭스를 통해 숏폼 드라마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중국 숏폼 드라마의 영향력이 할리우드 주류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시장 데이터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해외 숏폼 드라마 매출은 광고 수익을 포함해 12억달러를 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0억9천만달러를 기록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톈중테크 친루이칭 회장은
"세계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10년 안에 500억달러에 도달할 것이며, 이 중 해외 시장은 350억달러~360억달러로 2024년 글로벌 영화 박스오피스(305억달러)를 크게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웹소설·게임에 이은 문화 수출 3세대 주자
중국 숏폼 드라마의 성공은 중국 문화산업 수출의 새로운 전환점을 의미한다. 웹소설과 비디오게임에 이어 세 번째 주력 수출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중국 웹소설은 2017년 해외 진출을 시작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비디오게임 분야에서는 '검은 신화: 오공' 등이 해외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제 숏폼 드라마가 이러한 성공 사례를 이어받아 중국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을 한층 확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각각의 분야가 서로 다른 강점과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웹소설은 상상력과 스토리텔링, 게임은 기술력과 상호작용성, 그리고 숏폼 드라마는 압축적 서사와 즉시성을 무기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다각화된 문화 수출 전략은 중국이 단순한 제조업 강국을 넘어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특히 미국이라는 문화산업의 본고장에서 중국 콘텐츠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은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새로운 문화 질서의 도전자로 부상
중국 남방과기대 천넝쥔 문화신품질생산력연구센터 주임은 아주주간을 통해 "문화 수출의 관건은 새로운 규칙을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할리우드를 통해 블록버스터 서사 모델을 제시했고, 일본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글로벌 2차원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 숏폼 드라마가 향후 세계 문화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이는 중국 숏폼 드라마가 단순한 상업적 성공을 넘어 새로운 문화적 패러다임을 제시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존의 장편 서사나 정교한 제작 과정 대신, 압축적이고 즉각적인 재미에 집중하는 새로운 콘텐츠 소비 방식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중심의 콘텐츠 소비 패턴 변화와 맞물려, 중국 숏폼 드라마는 기존 할리우드 중심의 글로벌 문화 질서에 균열을 가하고 있다. 긴 러닝타임과 복잡한 서사보다는 강렬한 몰입감과 빠른 전개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 변화를 정확히 포착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중국 숏폼 드라마는 현지화 전략도 매우 정교하다. 미국에서 촬영하고 현지 배우를 기용하면서도 중국식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어필과 문화적 정체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할리우드 패러다임에 던지는 근본적 질문
중국 숏폼 드라마의 성공은 할리우드 중심의 기존 영화산업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높은 제작비와 긴 제작 기간이 필수적인가? 정교한 서사와 화려한 영상미가 모든 시청자에게 어필하는가?
15만달러로 제작한 작품이 35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현상은 기존 할리우드의 투자 대비 수익(ROI) 논리를 완전히 뒤집는 사례다. 이는 콘텐츠의 가치가 제작비나 기술적 완성도가 아닌 시청자와의 감정적 연결에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중국 숏폼 드라마는 콘텐츠 소비의 시간 개념도 바꾸고 있다. 2-3시간의 영화나 시즌 단위의 드라마 대신, 몇 분 안에 완결되는 강렬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현대인의 짧아진 집중 시간과 빠른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형태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중국과 미국 간의 문화 경쟁을 넘어, 전 세계 콘텐츠 산업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플랫폼 다양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어떤 형태의 콘텐츠가 미래 시장을 주도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숏폼 드라마의 돌풍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50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이 어느 정도의 점유율을 확보할지, 그리고 이것이 기존 할리우드 중심의 문화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