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바', 처음 만나는 사이가 친구처럼
서울 성수동 한 주점에서, 개별 테이블이 아닌 중앙에 하나만 있는 기다란 목재 테이블을 둘러싼 약 30석의 자리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저녁 8시 반, 2030세대 청년들은 이곳에서 각자 손님들을 맞으며 여행이나 직업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처음 만나는 사이였다. 최근 유행하는 '혼술바'의 풍경이다.
원래 혼술은 혼자 마시는 술을 의미했지만, 혼술바에서는 혼자 방문해 처음 보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이 된다. 제주도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여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로 확산되면서 현재 서울에만 80개가 넘는 혼술바가 운영 중이다. 과거에는 클럽이나 감성 주점, 헌팅 포차 등이 청년들의 인연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이제는 그 역할을 혼술바가 대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담 없는 느슨한 연대', 2030세대의 공감
20대 혼술바 사장 김모씨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은 클럽이나 헌팅포차에 가기 어려운데, 여기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합한 분위기라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혼술바 단골 손님들도 최대 장점으로 '부담 없는 느슨한 연대'를 꼽았다. 작년 말부터 혼술바를 6번 찾았다는 직장인 허모(28)씨는 "꼭 이성을 만나기보다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 부담이 없다"며 "지방에서 상경한 탓에 직장 외에 사람을 만날 일이 많지 않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혼술바를 두 번 방문했다는 안모(29)씨 역시 “이성을 만난다는 목적이 자연스럽게 포장되어 있어 압박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라고 덧붙였다.
외로움에 대한 절박함, 대화가 중심의 공간
마크로밀엠브레인 조사 결과,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결과, 20대는 59.2%, 30대는 52.8%가 일상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어도 상대가 없거나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응답한 비율은 모든 연령대 중 20·30대에서 가장 높았으며, 20대의 약 60%는 '일상에서 감정을 나눌 친구가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형제 없이 혼자 크거나 여러 시험 제도에 시달리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관계 맺기'를 가장 어려워한다"며 “혼술바는 부담 없이 가서 만났다가 헤어지면 끝이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없으면서도 관계를 맺는 최소한의 공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며 과거에는 친구들끼리 우르르 클럽이나 포차에 갔다면 이제는 대화가 중심인 공간에서 자신에게 귀 기울여줄 사람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의지는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며 “그 열망이 '경찰과 도둑' 게임이나 감자튀김 모임, 혼술바처럼 '느슨한 연대'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분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