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실체적 요건' 논쟁 뜨겁게 달아오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내란 재판에서 "비상계엄이 실제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고, 이는 사법심사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칫 필요한 경우 판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계엄 선포가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바로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이 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이는 헌법재판소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내란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발생했으며 상황이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고 국무회의 심의, 계엄 선포, 국회 통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다.
'내란'에 대한 재판부의 독특한 해석
윤 전 대통령 1심 무죄 선고는 과거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와 큰 차이를 보이며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부는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됐으나 이는 무엇보다도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켜낸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라며 "내란 가담자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피해 발생이 경미하였다거나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는 사정을 깊이 고려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물리력 행사를 자제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언급했다. 이는 내란 진행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직접적인 강력한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 따라 '계엄 실체적 요건 미흡' 판단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장기 독재 계획, 쟁점으로 남아 있음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장기 독재를 위한 내란을 계획했다는 특검팀의 결론도 일축하며 "야당의 탄핵, 예산 삭감이 이어지자 2024년 12월 1일 무렵 '더는 참을 수 없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라고 결심을 했다고 보는 것이 이 사건의 실체에 부합한다"며 “12·3 내란이 오랫동안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 우발적 범행에 가깝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노상원 수첩'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모양, 형상, 필기 형태, 내용 등이 조악한데다 보관하고 있던 장소, 보관 방법 등에 비춰 보더라도 중요한 사항이 담겨 있던 수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이 재판부의 해석은 12·3 내란 계획과 목적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특검은 수사를 보강하고 항소하여 12·3 내란의 실체를 분명히 판결문에 적시하고, 피고인들에게 보다 죄질에 합당한 형량이 선고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