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 뒤 10일이 흘렀지만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그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반발의 이유도 ‘절차적 문제’에 집중됐던 초기와 달리 ‘시기상조론’을 넘어 ‘무용론’ ‘정치적 밀약설’로까지 번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꼬인 데는 합당을 바라보는 시각과 오는 6월 지방선거 및 차기 총선과 관련된 의원들 개인의 이해관계, 차기 당권 경쟁과 맞물린 계파별 득실이 제각각인 게 영향을 미쳤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최근 불거진 이른바 ‘밀약설’은 차기 당권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례다. 지난 29일 뉴시스가 보도한 사진에는 민주당 소속의 한 국무위원이 ‘합당 시 조국 대표가 공동대표를 하면 좋겠다’는 황운하 혁신당 의원의 발언과 관련한 혁신당 입장문을 공유하며 “밀약? 타격소재” “밀약 여부 밝혀야”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휴대전화 소유자인 의원은 “일단 지선(지방선거) 전에 급히 해야 하는 것이 통(이재명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뉴시스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이가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당내에선 확인되지 않은 발신자와 수신자 이름까지 돌고 있다. 이 같은 ‘음모론’의 배경에는 정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합당을 전격적으로 제안한 진짜 이유가 당권 경쟁자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조국 대표와 혁신당 당원들의 지원을 받으려는 데 있다는 의심이 깔려 있다.
민주당 안에 존재하는 ‘노선 차이’도 합당에 대한 경계심을 확산시키는 배경이다. 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진보 노선을 견지해온 혁신당이 한집에 들어오면 ‘중도실용’으로 정리된 당의 이념과 노선을 두고 갈등이 재연되고 결국엔 중도층의 이탈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통합을 하더라도 혁신당 디엔에이(DNA)를 지키겠다’고 한 조국 대표의 발언도 민주당 내 중도파의 경계심을 키웠다.
여기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합쳐질 경우 지방의원·단체장 공천을 두고 혁신당계와 벌이게 될 갈등과 힘겨루기를 우려하는 흐름도 있다. 주로 혁신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이 차기 지역구로 점찍어둔 지역의 민주당 현역 의원과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합당을 위한 ‘당 대 당 지분 설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한 호남권 다선 의원은 “여기저기 반대 의견이 돌출하는데 상당 기간 혼돈으로 갈 것 같다”고 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정 대표에게 반대하는 건지, 절차 관리의 문제인지, 합당을 반대하는 건지 쟁점이 정리되지 않은 채 논쟁만 확산되고 있다”며 “절차 관리 미숙에 대해 대표가 사과하든 의원총회나 간담회를 통해 논의를 질서 있게 해나가든, 갈등을 톤다운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책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17개 시·도당 토론회를 통해 당원 의견 수렴, 당원 투표 절차를 하나씩 밟아나갈 예정”(김현정 원내대변인)이나 범여권의 혼란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의 합당 추진에 비판적인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도 이해찬 전 국무총리 애도 기간에 순연했던 간담회를 2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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