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사로잡는 디지털 미디어 캔버스
2023년 상반기부터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행정안전부의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지정으로 인해 광화문광장이 더욱 화려한 미디어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코리아나호텔, KT 사옥 등 주요 건물들이 초대형 전광판을 설치하면서 3000㎡라는 국내 최대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자랑하는 동아일보 사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광화문광장에 방문한 시민과 관광객들은 화려한 화면들로 가득한 풍경에 압도되며, 인도네시아에서 여행 온 메가(30)씨는 "전광판이 크고 선명해서 자연스럽게 눈길을 간다"라고 말했다.
아날로그 글판의 고립과 시민들의 갈등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전광판의 등장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아날로그’ 광화문글판이 주목받고 있다. 교보생명이 36년째 계절마다 다른 문구로 희망 메시지를 전해온 광화문글판은 화려한 디스플레이 속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아날로그 글판의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환경 변화에 발맞추어 전광판 설치 등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광화문광장을 자주 지나다니는 직장인 김모씨는 “다른 디스플레이가 너무 화려해 광화문글판이 눈에 안 띄긴 한다”면서 “그래도 유일한 텍스트 글판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60대 시민은 “큰 전광판이 계속 늘어나는 게 바람직한진 모르겠다”며 “글판만의 전통과 고전미는 지켜갔으면 좋겠다”라고 표현하며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교보생명의 고민, '광화문스퀘어' 참여
광화문글판의 운명은 교보빌딩 주인인 교보생명에게도 큰 고민이다. 교보생명은 광화문광장 일대를 거대한 미디어 캔버스로 만드는 ‘광화문스퀘어’ 프로젝트의 예비 사업자로 참여했고, 현재는 다른 전광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아직 시기나 방식에 관한 것은 결정되지 않았다. 건물의 건축적인 가치와 기업의 철학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광판을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광화문글판은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