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서 '비정상적' 태도 보여준 로저스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법인 대표는 30일 국회 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비정상적”이라며 반발하거나 동문서답식 답변을 이어가면서 논란을 키웠다. 손으로 책상을 치며 불쾌감을 표시하는 가운데, 국회 동시통역 대신 개인 통역사 도움만 받겠다고 고집하면서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쿠팡 미국 법인) 이사회 의장이 외국인 대표를 방패막이로 내세워 ‘반쪽 청문회’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상안 규모 강변, 실제 사용 가능 금액은 작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쿠팡 사태 관련 청문회에서는 로저스 대표가 전날 쿠팡이 발표한 보상안(1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 지급)에 대해 “저희 보상안은 약 1조7천억원에 달한다. 전례 없는 보상안”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쿠팡이 제시한 보상안 가운데 실제 쿠팡에서 물건을 사는 데 쓸 수 있는 금액은 5천원뿐이고, 나머지는 여행·명품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어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동문서답식 답변, 개인 통역사 강요까지… 논란
로저스 대표는 지난 17일 청문회에 이어 이날도 동문서답식이거나 방어적이고 반복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는 김범석 의장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저는 쿠팡 한국의 대표로서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쿠팡에서 일하다가 숨진 장덕준씨 과로사와 관련해 김 의장이 노동 강도를 축소하도록 지시했다는 한겨레 보도 등을 두고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지 못했다"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는 야근 근무에 대한 질의에도 “야근 근무가 주간 근무보다 힘들다고 하는 증거를 알지 못한다”고 거부하며 의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는 국회 동시통역기 사용을 거부하고 개인 통역사만 활용하는 등 차갑고 불쾌한 태도로 청문회 진행에 혼란을 야기했다. 로저스 대표는 “한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성실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거나 어이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의원들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현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로저스 대표가 동시통역기를 사용하지 않고 개인 통역사만 이용하는 것은 청문회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쿠팡 사태, 유가족 눈물… 로저스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산재 인정 방침
이날 청문회에는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 유가족들이 참석해 산재 은폐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등을 눈물로 호소했다. 지난달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 중 숨진 오승용씨의 누나는 “고작 34살이었던 동생에겐 두 아이가 있다. 8살인 첫째는 중증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데, 승용이의 죽음으로 동생 가족의 생계가 막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로저스 대표는 “정말 죄송하다.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지만, 공식적인 사과와 산재 인정을 요구하는 오씨 누나의 말에는 “현재 논의 중”이라는 말만 거듭했다. 이에 대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업재해에 상당히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처리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