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SONOW
오봉저수지 저수율 14.9% 역대 최저치 기록, 국가소방동원령 발령
강원 강릉시가 극한 가뭄으로 인해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강릉 시민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31일 오전 14.9%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날보다 0.4%포인트 더 하락한 수치로, 식수 공급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5%선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30일 강릉시 일대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전국에서 급수차와 물탱크차 수십 대가 긴급 투입되어 강릉시 곳곳에서 급수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도 주말 첫 일정으로 오봉저수지를 직접 방문해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연곡 치수장을 통한 보완 공급량이 하루 2천 톤 수준이라고 보고했으나, 이는 정상 급수량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강릉시는 지난 20일부터 5만 3천여 가구를 대상으로 수도계량기 50%를 잠그는 절수 조치를 시행해왔으나, 저수율 급락으로 조치를 더욱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수도계량기 75% 잠금 제한급수 시행, 농업용수 공급도 전면 중단
강릉시는 31일부터 수도계량기 75%를 잠그는 강화된 제한급수 조치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50% 잠금에서 25%포인트 더 강화된 조치로, 시민들의 물 사용량이 평상시의 4분의 1 수준으로 제한되는 것을 의미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저수율이 더 떨어질 경우 완전 급수 중단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절수 협조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또한 오봉저수지의 농업용수 공급도 30일부터 전면 중단됐다. 다만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다른 저수지 10곳은 아직 운영 중이지만, 이들 저수지의 저수율도 20~30% 수준으로 위험 상황이다. 강릉 지역 농민들은 "벼농사 수확을 앞두고 물 공급이 중단되어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대체 급수원 확보를 촉구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지역에 9월 1일 비 소식이 있지만 강릉 지역 강수량은 5mm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보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9월 10일까지 추가 강수 예보가 없어 극한 가뭄 상황이 최소 10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의 강수량으로는 저수지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최소 5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려야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와 도시개발이 만든 복합위기, 장기 대책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이번 강릉 가뭄 사태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도시개발이 결합된 복합위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강릉 지역은 올해 들어 누적 강수량이 평년 대비 6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연속 무강수 일수도 45일을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관광객 증가와 신규 개발로 인한 용수 수요 급증이 위기를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오봉저수지는 1977년 건설 당시 12만명 인구를 기준으로 설계됐지만 현재 강릉시 인구는 21만명을 넘어선 상황"이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 패턴 변화와 도시 확장이 맞물리면서 구조적인 물 부족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단기 대응책과 함께 중장기 급수 인프라 확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는 "강릉 사태를 계기로 전국 급수 취약지역에 대한 전면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한 지역별 맞춤형 급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릉시도 동해안 해수담수화 시설 건설과 인근 지역과의 광역상수도 연결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