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식씨와 특검 수사 현장 모습

출처 : SONOW

특검팀 김충식 자택 압수수색,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피의자 전환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의 최대 조력자이자 동업자인 김충식씨(87)의 자택과 경기도 양평 창고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이 김씨에 대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의 피의자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의 가족회사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경기도 양평군 공흥지구(2만2411㎡, 350세대)에서 아파트 개발사업을 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김충식씨는 최은순씨의 가족회사 이에스아이엔디의 전신인 '방주산업'의 이사로 근무했으며, 최씨의 가족 사업에 깊숙하게 관여해온 인물이다. 일본 나고야시에서 태어난 김씨는 최씨와 함께 미시령과 충은산업, 방주산업, 한국교양문화원, 비제이엔티(BJ&T) 등의 회사에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충은산업'이란 회사명은 김충식의 '충'과 최은순의 '은'에서 따온 것으로, 그럴 정도로 두 사람은 긴밀한 동업자 관계였다.

김씨는 국가원로회의 자문위원, 서울특별시 지하철문화진흥원 원장, 글로벌컨설팅 크리에이터 회장, 낙천도예연구원 원장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았다고 명함에 기재했다. 일부에서는 김씨를 '법조 브로커'로 평가하거나 '최씨의 내연남'으로 보기도 한다. 한때 김씨와 최씨의 주거지가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로 같았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미국 거주 차녀가 2011년 이메일로 폭로한 '김충식의 실체'

김충식씨의 실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미국에 거주하는 그의 차녀(52)가 정대택씨 측에 보낸 2011년 이메일들이다. 차녀는 자신을 '최은순의 내연남 김충식의 차녀'이자 '미국 시민권자'라고 소개하며, 아버지의 법조계 로비 실상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대만계 화교와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녀는 2011년 2월 9일 보낸 이메일에서 "저의 친부 김충식은 한국 사회에서 인맥이 좋은 편이어서 정계, 재계, 학계, 예술계 등 두루두루 윗선과 잘 닿는다"며 "아버지는 항상 주위의 법조계 특히 판·검사님들께 향응을 제공하고 도움을 많이 받으셨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서울 동부지검의 범죄예방위원회 위원을 지내는 등 법조계에 발이 넓은 '법조 브로커'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대택씨에 따르면 김충식이 서울 동부지검 청소년선도위원, 범방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동부지검을 거친 안강민(전 대검 중수부장), 송인준(전 대검 강력부장), 이준보(전 대검 공안부장) 등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안강민 전 대검 중수부장은 최은순씨의 변호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판사와 눈짓 주고받으며 유리한 판결 획득했다고 고백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정대택씨와 최은순씨의 '이익금 분배 약정서 사건'과 관련한 폭로다. 이 사건은 2003년 정씨와 최씨가 272억여 원짜리 오금스포츠프라자(서울 송파구 소재) 근저당권부 채권을 99억 1000만 원에 낙찰받아 남긴 53억1000만 원의 이익금 분배를 두고 다툰 사건이다. 최씨는 이익금 균등 배분을 적시한 약정서가 정씨의 강요에 의해 작성됐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정씨를 강요죄 등으로 고소했고, 정씨는 이익금을 한 푼도 챙기지 못하고 법정구속됐다.

김씨의 차녀는 2011년 2월 7일 이메일에서 "2007년 저의 친부 김충식은 미국에 저희 자매를 방문하였을 때, 정대택 사건과 관련한 재판 이야기를 가족들 앞에서 했다"며 "2006년 재판 당시 판사님과의 친분을 이용하여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그러한 친분을 이용해서 아버지 김충식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어내어 쉽게 승소하였다고 하였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또한 처음부터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작정하고 무고한 정대택씨를 희생양으로 삼아 억울하게 누명을 씌워 감옥에 보냈다고 가족들 앞에서 고백하였다"고 거듭 증언했다. 같은 해 2월 9일 이메일에서도 "정대택씨가 너무 과한 이익금을 어떤 사람(최은순씨)으로부터 원해서 아버지가 그 사람을 도와주는 취지로 모든 인맥과 지식을 동원해서 정대택을 감옥에 보내고 그 댓가로 자신이 커미션을 고마움의 표시로 받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돈으로 증인 매수하고 판검사들에게도 다 손을 써놨다고 자랑

김충식씨는 증인 매수 사실도 자랑했다고 차녀는 폭로했다. 김씨의 차녀가 정씨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정씨의 고향친구이자 이익금 분배 약정서 사건에서 최씨의 편에 섰던 백윤복 법무사(2012년 3월 사망)의 이야기도 나온다. 백 법무사는 나중에 "최은순에게 2억 원과 시가 3억 원의 아파트를 받고 위증했다"라고 양심선언했다.

김씨의 차녀는 2011년 2월 10일 이메일에서 "그 당시 아버지는 매일 새벽기도를 다니며 신의 은총으로 재판에 이기길 원하셨는데, 주님의 도우심으로 두 명의 원수가 하나로 줄어들었다는 말을 했었다"며 "동생이 '무슨 기도를 어떻게 했느냐'는 말을 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는 '돈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많은 돈을 주고 또다른 원수를 회유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생이 '그 사람이 다시 배신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일을 했냐'고 물어봤을 때는 그 당시 '이미 판검사님들께도 다 손을 써놔서 걱정없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씨가 차녀에게 "또다른 원수", "두 놈" 중 "한 놈"이라고 지칭한 이가 백 법무사다. 그러니까 백 법무사를 돈으로 회유해 자기들 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씨의 차녀는 "아버지가 전하길 원래는 두 놈이 자신과 최은순을 괴롭혔는데, 한 놈을 설득하여 자기들 편으로 옮겼다고 하였다"며 "정대택씨를 감옥에 보낸 후 아버지는 죄책감 같은 것을 느껴 한번은 정대택씨를 감옥으로 면회를 갔었는데, 그때 정대택씨가 아버지를 원망하며 소리를 질렀다고 분해하셨다"라고 전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양심의 가책 느껴 아버지 실상 폭로

김충식씨의 차녀는 아버지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이유에 대해 "저 또한 아버지의 딸이기 이전에 그리스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양심의 가책을 받고 위와 같은 사실을 증언한다"며 "대한민국의 법을 기만하고 모든 사람을 속이고 있는 저의 아버지를 보고 저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기에 이 확인서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2011년 2월 9일 보낸 이메일에서는 "힘드시겠지만 저희 아버지를 형제님 마음으로나마 용서해주세요"라고 했고, 같은 해 2월 22일 보낸 이메일에서는 "저희 아버지가 그 당시 미국에서 저희를 방문했을 당시 최은순을 자기 친척 아주머니라고 저희 자매에게 말"했다며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으니 부디 희망 잃지 마시기를 기도하겠다"라고 정씨를 격려했다.

한편 김충식씨 차녀의 이메일과 관련, 김충식씨는 법정에서 "정대택씨가 차녀를 꼬드겨서 이메일을 작성했다"라고 주장했고, 정대택씨는 "김충식씨의 차녀와는 일면식도 없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씨는 28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김씨의 차녀가 먼저 우리 쪽에 연락해왔다"라며 "김씨의 차녀가 이메일을 통해 한 얘기는 다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특검의 김충식씨 압수수색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와 관련된 각종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