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실에서 협업 중인 스타트업 엔지니어와 대기업 연구원들

출처 : SONOW

‘국가대표 AI’ 프로젝트, 30여 개 스타트업의 치열한 도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한 ‘국가대표 AI’ 사업에 30곳이 넘는 스타트업이 몰리며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정예 독자 AI팀에만 19개사가 합류했고, 탈락한 팀까지 합치면 그 열기는 더욱 뜨겁다. 스타트업은 국내 AI 생태계에서 소외될 우려에 필사적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대기업 중심의 구조와 높은 진입장벽, 인력·자금 부담 등 현실적 어려움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SK텔레콤, NC AI 등 대기업이 주관사를 맡은 4개 팀과, 업스테이지가 이끄는 스타트업 연합 팀이 최종 선정됐다.

GPU 지원, 데이터 가공비 등 정부 지원이 단비처럼 느껴지지만, 스타트업 내부에서는 실제 역할과 기술 공유, 성장 기회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 “정부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생태계에서 밀려난다는 압박이 있었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혁신기업이 처한 딜레마를 그대로 반영한다.

GPU·자부담·기술 배분…‘들러리’ 전락 우려 커진다

프로젝트의 가장 큰 변수는 GPU 자원 배분과 자부담 비율이다. 정부는 오픈소스 공개 등 평가 기준에 따라 지원·부담 비율을 달리할 계획이지만, 시장가보다 비싸게 책정될 가능성, 높은 자부담률 등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본사업 예산을 정부 과제에 모두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또한, 10곳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컨소시엄에서 스타트업의 기술적 기여도, 사업화 이익 배분, 역할 분장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AI 기술력의 실체와 오픈소스 활용 범위,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개발 여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실제로 외부 모델을 재설계해놓고 독자 개발로 홍보하는 등 ‘기술 역량 과장’ 문제도 생태계 신뢰를 흔들고 있다.

대기업-스타트업 ‘상생’과 AI 생태계의 성장 조건

정부는 대기업 주도의 팀에도 스타트업의 참여를 유도하며, AI 반도체·의료·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기업이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업스테이지(스타트업 주관사) 팀에는 래블업, 노타, 플리토 등 AI 전문기업이 힘을 모았고, 대기업 주관 컨소시엄에도 트웰브랩스, 라이너, 셀렉트스타, 리벨리온 등 유망 스타트업이 포진했다. 그러나 실제 사업 추진 단계에서 스타트업의 성과가 온전히 인정받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는다.

또한, 복잡한 서류 작업과 반복되는 평가 과정에서 스타트업 인력이 과도하게 소모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현장 엔지니어는 “300쪽 기술서류 작성에 핵심 인력이 묶여 진이 다 빠졌다”고 토로했다. 컨소시엄의 다양성이 평가에선 가점이지만, 사업화·실행 단계에선 분업과 권한 배분, 기술 보호가 더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시사점과 제언: ‘AI 코리아’ 실현을 위한 생태계 설계의 방향

‘국가대표 AI’ 프로젝트는 한국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혁신 생태계 확산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 스타트업 모두 단순 컨소시엄 참여를 넘어, 실질적 기술력 강화, 자본-역할 분담의 합리화, 스타트업의 실질적 성장 경로 확보에 나서야 한다. GPU 지원, 자부담 비율, 사업화 구조 등 핵심 논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스타트업의 도전이 공정하게 평가받는 생태계 설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