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속전속결 탈당, 6시간의 정치 드라마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의 탈당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였다. 8월 5일 오전 11시 43분 더팩트가 차명 주식거래 의혹을 보도한 지 불과 6시간 만인 오후 8시, 이 의원은 정청래 대표에게 자진 탈당 의사를 밝혔다.
오후 2시경 정 대표가 당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을 때만 해도 이 의원은 "당에서 조사하면 밝혀질 것"이라며 탈당보다는 당내 조사를 통한 해명을 선택하는 듯했다. 하지만 6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상황은 급변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라는 핵심 보직을 맡고 있던 이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보좌관 휴대폰으로 주식 거래 화면을 확인하다 포착된 것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 차명거래라는 불법 행위 의혹으로 확산됐다.
투자자 여론 악화가 부른 정치적 계산
이춘석 의원의 신속한 탈당 결정 배경에는 복합적인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다. 가장 큰 요인은 최근 급속도로 악화된 개미 투자자들의 여론이었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기존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한다고 밝힌 후, 주식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코스피 5000'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한 정부로서는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 훼손을 최소화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
정치권 관계자는 "세제 강화로 이미 투자자들이 예민해진 상황에서 차명거래 의혹까지 터지면 '정부와 여당이 주식시장을 우롱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주식시장 내 어떠한 불법거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권향엽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대통령의 강한 의지처럼 정 대표도 엄정 조치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정청래 체제 개혁 동력 보호 차원
정청래 신임 당대표 체제에서 추진하려던 개혁 의제 보호도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 민주당은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당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관련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개혁 법안들이 통과되는 관문 역할을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이 바로 이춘석 의원이었다는 점이다. 차명거래 의혹에 휩싸인 법사위원장이 개혁 법안을 주도한다면 야당의 강력한 반발과 함께 개혁 추진 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었다.
당내에서도 당혹감이 컸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진짜네. 가짜뉴스인 줄 알았더니"라고 말했고, 다른 의원은 "쉴드(방어)가 어렵겠네"라며 우려를 표했다. 국민의힘이 즉각 자본시장법 위반 등을 이유로 형사고발을 예고하고, 진보당마저 "주식 차명거래는 엄연한 불법"이라고 비판에 나선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
금융시장 신뢰와 정치적 생존의 딜레마
이번 사건은 정치권의 주식 투자에 대한 윤리 기준과 투명성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특히 개인 투자자 보호와 공정한 시장 질서 구축을 내세우는 정부에서 여당 핵심 의원의 차명거래 의혹이 제기된 것은 정책 신뢰도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
정청래 대표는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훼손된 이미지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경제 공약인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파장은 단순한 정치적 스캔들을 넘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