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역량검사를 보고 있는 지원자의 모습

출처 : SONOW

124개 질문 6초 내 답변, AI가 파악한 '숨겨진 성향' 충격적 정확도

'언론고시'를 뚫어낸 지 만 1년도 되지 않아 자신만만했던 기자가 AI 역량검사를 받고 받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응시자 약점: 일을 자주 미룸, 책임감 회피"라는 냉정한 평가가 담긴 결과지 앞에서 AI의 분석력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AI 역량검사는 성향 파악, 인지·문제 해결 게임, 영상면접 총 3단계로 구성된다. '나알아보기'로 시작하는 성향파악 검사는 총 124개 문항에 각기 6~8초 이내에 답해야 한다. '나에게 불리한 말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빈둥거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등 정곡을 찌르는 질문들이 포함되어 있다.

인지·문제 해결 게임 영역에서는 '도형 회전하기', '길 만들기' 등 9종의 게임에 응시한다. 2010년 전후 초·중생 사이 유행했던 창의 사고력 문제와 유사한 형태로, 지원자의 논리적 사고능력과 문제해결 역량을 측정한다. 영상면접은 카메라 앞에서 자기소개를 진행하며, 30초의 준비시간과 90초의 답변시간이 주어진다.

현대차·포스코·신세계 등 1200개 기업이 실제 채용에 AI 검사 활용

현재 현대차, 포스코, 신세계 등 대기업 그룹사들은 물론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은행과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료원 등 병원까지 최소 1200개의 기업이 AI역량검사를 실제 채용과정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국내 채용시장에서 AI 기반 평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공정성 확보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응시 중에는 다른 화면으로 이동하지 마세요.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라는 경고 메시지가 뜨며, 응시자의 모습은 노트북 웹캠으로 실시간 녹화되어 담당자에게 전송된다. AI영상면접 평가는 종합평가에 반영되지 않지만 기업 측에 참고용으로 전달된다.

1회 검사는 총 80분 내외가 소요되며, 결과 분석은 통상 2시간 내외, 늦어도 24시간 내에 받을 수 있다. 서울시에서는 39세 이하 서울 거주 청년을 대상으로 AI 면접체험과 역량검사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취업준비생들의 활용도가 높다.

디지털 헤드헌팅으로 채용 속도 5영업일 내 60% 달성

채용시장에서 AI 활용은 헤드헌팅 분야에서도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2~3년 전 등장한 디지털 헤드헌팅은 데이터와 AI 기술 중심으로 채용 후보자를 검색·선발하는 방식이다. 헤드헌팅 기업 유니코써치의 김혜양 대표는 "디지털 헤드헌팅을 적극 활용한 덕분에 고객사 요구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기업들이 채용을 의뢰하는 시점으로부터 5영업일 내에 적합한 후보자를 추천하는 비율이 6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디지털 헤드헌팅의 강점은 속도와 예측이다. 빅데이터와 AI 기반으로 인재와 포지션을 매칭할 수 있고 2~3주 소요됐던 수백만 명의 데이터 검색을 수십 분 내로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리멤버, 링크드인, 기사 등에서 자료를 AI로 수집해 이직 후보군을 모으고, 프로필 업데이트 패턴을 분석해 이직 의사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2025년 AI 기반 채용 도입 계획 26.3%, 미국 포천 500대 기업 93% 활용

리멤버가 국내 기업 채용 담당자 및 관리자 10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상반기 채용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올해 'AI 기반 채용'을 새로 도입하겠다는 응답자는 26.3%에 달했다. 대규모 지원자 관리나 데이터 기반 공정한 채용 등이 AI 기반 채용의 강점으로 꼽혔다.

지난해 8월 기준 채용과정에 AI를 도입한 기업 220개사는 이력서 스크리닝에 활용 51%(중복응답 포함), 후보자 평가(AI 면접) 28%, 채용 공고 작성 24%에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로는 채용 속도(31%), 채용 정확도(22%), 비용 효율성(21%) 순으로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AI 채용이 대세가 되어 지난해 10월 기준 포천 500대 기업의 93%가 도입했을 정도다. IT서비스 기업들도 AI 채용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SK AX가 SK텔레콤과 함께 만든 AI 채용 서비스는 서류 심사에서부터 필기, 면접, 합격 여부 고지, 오리엔테이션 안내까지 생성형 AI가 활용된다. LG CNS도 최근 채용 특화 AI 에이전트 사례를 선보이며 AI 채용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