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옵티머스 로봇이 We Robot 이벤트에서 음료를 서빙하는 모습

출처 : SONOW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We, Robot" 이벤트

테슬라가 지난 10월 10일 캘리포니아 버뱅크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We, Robot" 이벤트에서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생활 활용 가능성을 대규모로 시연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이 이벤트에서 로보택시 사이버캡과 로보밴을 공개한 후, "어떤 종류의 제품 중에서도 가장 큰 제품이 될 것"이라며 옵티머스 로봇을 무대에 등장시켰다.

머스크는 "미래는 미래처럼 보여야 한다"며 "우리가 자동차를 위해 개발한 모든 것이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적용된다. 동일한 기술들이다. 단지 바퀴 대신 팔과 다리를 가진 로봇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대의 옵티머스 로봇이 일렬로 행진하며 무대에 등장하는 장면은 참석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실제 주거환경 모방한 "로봇 하우스" 시연장

이벤트의 핵심은 LA 지역의 고급 주택을 모방해 만든 "로봇 하우스" 시연장에서 이루어졌다. 테슬라는 참석자들이 옵티머스 로봇과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실생활 환경을 구현했다. 로봇들은 바에서 음료를 서빙하고,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머스크는 "오늘 밤 우리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옵티머스가 미리 녹화된 비디오가 아니고, 격리된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옵티머스 로봇들이 여러분들 사이를 걸어다닐 것이다. 옵티머스 로봇들에게 친절하게 대해 달라. 여러분들이 직접 다가가서 대화할 수 있고, 바에서 음료를 서빙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의 다양한 능력 시연…개인별 목소리와 억양까지

이벤트에서 옵티머스 로봇들은 놀라운 다양성을 보여줬다. 각 로봇마다 서로 다른 목소리와 억양을 가지고 있었으며, 주로 캘리포니아나 텍사스 억양을 사용했다. 일부 로봇은 스페인어로도 대화할 수 있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한 로봇은 베이 에리어의 지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인간적인 실수도 보였다.

유튜버 마르케스 브라운리는 로봇과 몸짓 게임을 했다고 전하며 "이것은 세계 최고의 로봇 공학과 대형 언어 모델 시연이거나, 아니면 대부분 인간이 원격으로 조작하는 것이다. 그 중간은 없다"고 평가했다. 다른 참석자는 "옵티머스 바텐더가 팁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며 로봇의 서비스에 감탄을 표했다.

인간의 원격 조종 사실 드러나 논란 확산

하지만 이벤트 후 옵티머스 로봇들이 완전 자율적으로 작동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원격으로 조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기술 전문가 로버트 스코블은 "엔지니어와 이야기했는데, 로봇이 걸을 때는 AI가 옵티머스를 작동시킨다. 하지만 대화할 때는 인간 기술자들이 원격으로 조종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한 옵티머스 바텐더는 스레드 게시물에서 자신이 원격으로 로봇을 조작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로 인해 테슬라 팬들은 로봇이 광고된 것처럼 완전히 AI로 구동되지 않았다는 점에 실망감을 표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이 로봇들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원격 조작(인간 개입)에 의존했다는 것이 우리의 이해"라고 분석했다.

2025년 제한 생산, 2만~3만 달러 목표 가격 제시

머스크는 옵티머스가 대규모 생산될 경우 2만~3만 달러의 가격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자동차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모든 가정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개인용 R2D2나 C-3PO를 소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아이들을 돌보고, 개를 산책시키고, 잔디를 깎고, 장을 보고, 친구가 되어주고, 음료를 서빙할 수 있다.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2025년 내부용으로 제한 생산을 시작하고, 2026년부터 본격적인 대량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5~6년 내에 연간 100만 대 생산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옵티머스가 연간 1조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테슬라의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애널리스트들 "세부사항 부족" 비판, 주가는 하락

하지만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이벤트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시연이 "실망스럽고 놀랍도록 세부사항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도이치뱅크의 에디슨 유 애널리스트도 "세부사항 부족으로 인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테슬라의 강력한 지지자로 알려진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조차 "이상적으로는 머스크와 테슬라가 세부사항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야 했다"고 인정했다.

이벤트 발표 후 테슬라 주가는 600억 달러 가치가 하락했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테슬라의 로봇 기술이 아직 상용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머스크의 지속적인 과대 약속과 일정 지연이 테슬라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열한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 속 테슬라의 위치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치열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Figure AI는 2025년부터 3세대 로봇의 대량 생산을 계획하고 있으며, 1X Technologies는 NEO 휴머노이드 로봇을 산업용이 아닌 가정용으로 직접 출시할 예정이다. Agility Robotics의 Digit 로봇은 이미 GXO 로지스틱스와 다년간 계약을 체결해 물류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Fourier GR-2, XPeng PX5, Xiaomi CyberOne, Unitree의 H1과 G1 등 다양한 AI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Unitree의 소형 로봇 G1은 16,000달러의 파괴적인 가격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어, 테슬라의 가격 경쟁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We, Robot" 이벤트는 테슬라의 로봇 기술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지만, 동시에 현실과 약속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기술적, 경제적 과제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