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출처 : SONOW

미국 상무부, 삼성·SK하이닉스 중국법인 VEU 지위 철회 발표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장비 반출 불허(건별 허가) 결정을 내린 가운데, 정부가 우리 기업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은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법인에 대한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Validated End User) 지위를 철회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는 발표 이후 12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효력이 생긴다. 대상 기업은 그때부터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 사업장으로 보내려면 건별로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VEU 지위에 따라 건별 허가 조치를 면제받아왔던 상황이다.

산업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 중요성 강조하며 미국과 소통"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측의 관련 발표 직후 "정부는 우리 반도체기업의 원활한 중국 사업장 운영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있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 상무부와 긴밀히 소통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기업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계속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건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행정상 불편뿐 아니라 미국 측의 불허로 중국 사업장 운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이번 조치로 연 1000건의 수출 허가 신청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정부 VEU 지정으로 일정 한도 내 생산력 확충 허용했던 과거

전임 조 바이든 정부도 2022년 이와 유사한 중국 내 장비 반출 통제조치를 시행했으나 이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을 VEU로 지정해 일정 한도(5~10%) 이내에서 중국 사업장의 생산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중요성을 인정한 조치였다.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가 앞선 정부의 최소한의 중국 내 생산역량 확충도 막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 중국 우시·다롄 공장 등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양사에게는 상당한 운영상 제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간 1000건 허가 신청 예상, 한국 기업 중국 사업장 운영 차질 우려

이번 조치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 운영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산 첨단 장비를 중국으로 반출할 때마다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적 부담이 늘어나고, 허가 승인 여부에 따라 생산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나 에칭 장비 등 핵심 설비의 도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는 중국 견제를 위한 강경책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결국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받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그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