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다이렉트 커넥트 2025에서 오프닝 키노트에 나선 립부 탄 인텔 CEO

출처 : SONOW

트럼프 행정부의 파격적 반도체 정책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반도체 제조 주권 강화를 위해 전례 없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인텔 지분 10%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정부가 민간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최근 사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움직임은 미국이 칩 설계 분야에서는 세계 최강국이지만, 실제 제조는 TSMC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제조 능력의 자국 내 확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팻 겔싱어 인텔 CEO와 만나 정부의 지분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정부가 인텔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겠다는 의미로, 미국 반도체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사한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 겔싱어 CEO가 중국 군사 관련 기업에 투자한 이력을 문제 삼아 사임을 압박했지만, 동시에 인텔의 '미국 내 제조' 역할 강화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는 개인적 비판과 국가 전략적 필요를 분리해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칩스법 자금의 지분 전환 방안

논의의 핵심은 2022년 제정된 '칩스 앤 사이언스 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인텔에 지원하기로 예정된 자금 일부를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인텔은 이 법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오하이오주 신규 공장 건설과 미국 내 생산시설 확장을 조건으로 약 80억 달러를 지원받을 계획이었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현금 보조금 대신 지분 전환은 세금을 보호하면서도 인텔을 지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형태로 참여함으로써 정부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동시에 인텔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텔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1000억 달러로, 정부가 10% 지분을 확보할 경우 약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되며, 인텔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는 미국 정부가 민간 기업의 거버넌스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됨을 의미한다.

지분 전환 방식은 여러 면에서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일회성 지원금 지급보다는 장기적인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인텔 입장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백업을 받으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오하이오 공장 지연과 불확실성

하지만 인텔을 둘러싼 상황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인텔이 추진 중인 오하이오 공장이 수년째 지연되면서 의회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공장은 칩스법의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로, 미국 내 반도체 제조 능력 확대의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공장 건설 지연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숙련 인력 부족, 복잡한 인허가 절차, 그리고 기술적 난제 등이 모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최첨단 반도체 제조는 매우 정밀한 기술과 인프라가 필요한데, 이를 단기간에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다.

여기에 CEO 거취 논란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팻 겔싱어 CEO에 대한 정치적 압박과 함께 인텔의 전략적 방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지분 참여는 인텔에 대한 신뢰 회복과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의회의 불만은 단순히 공장 지연에 그치지 않는다. 수십억 달러의 세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칩스법 자체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향후 반도체 정책 추진에 부담 요소가 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의 트럼프 행정부 대응

WSJ은 "최근 미국 기술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전략적 행동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여러 기술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면서 동시에 규제나 불이익을 피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정부의 영향력이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엔비디아와 AMD는 중국 수출 허가를 받는 대가로 매출의 15%를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반도체 기업들과의 관계에서 단순한 규제자를 넘어 사업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한다. 과거에는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기업들이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했다면, 이제는 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 구도 변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개입은 설계·제조 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응하고, 동시에 TSMC 등 아시아 파운드리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

특히 TSMC는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제조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어, 미국 입장에서는 매우 취약한 공급망 구조를 갖고 있다. 대만 해협의 지정학적 불안정성까지 고려하면, 미국 내 제조 능력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인텔 지분 인수는 이러한 맥락에서 '반도체 제조 주권' 강화의 신호탄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된다. 정부가 직접 주주로 참여함으로써 인텔의 미국 내 제조 확대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향후 전망과 과제

인텔 지분 인수가 실현될 경우, 이는 미국 반도체 정책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과제도 남아 있다. 우선 정부의 민간 기업 경영 참여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자유시장 경제를 표방하는 미국에서 정부의 직접적 기업 투자는 상당한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인텔의 기술적 경쟁력과 실행 능력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 TSMC에 비해 뒤처진 제조 기술을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오하이오 공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움직임은 미국이 반도체 제조 주권 회복에 얼마나 큰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향후 다른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유사한 정책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