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SONOW
"소버린AI는 글로벌 전쟁"...최태원 회장의 AI 주권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에서 소버린AI(주권형 인공지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최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소버린AI에 여러 선택과 갈림길이 있지만,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은 소버린AI가 국내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전쟁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글로벌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소버린AI를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AI 주권을 지켜내야 한다는 전략적 의미를 강조한 발언이다. 소버린AI란 국가가 자체적으로 AI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기술적 자립을 넘어 각 국가가 주권을 지키기 위한 AI 시대의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AI 패권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세계 각국은 소버린AI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ChatGPT, 중국의 바이두 어니봇 등이 각국의 대표적인 소버린AI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독자적인 AI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올해 9회째를 맞은 이번 포럼에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계열사 주요 경영진과 학계 및 업계 전문가 등 250여 명이 참석해 AI 시대 SK그룹의 전략적 방향을 논의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AI 혁신 경쟁에서 도태되면 생존 불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포럼 개막 연설에서 AI 시대의 치열한 경쟁 환경을 강조했다. 그는 "찰스 다윈이 살아 있었다면 분명히 지금 여기에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를 추가했을 것"이라며 회사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곽 사장은
"앞으로 AI가 가져올 혁신은 크고 강력한 것이 될 것이며 모든 산업에서 그러한 혁신들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제약과 의학 분야만 해도 신약개발 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질병의 진단이나 맞춤형 치료는 AI가 인간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오듯 이 경쟁에서 도태되는 기업은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곽 사장은 SK하이닉스의 극적인 성장 스토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20여 년 전 회사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사무실에 형광등 하나씩 뺐었고, 비용을 아끼려 사내 식당 반찬을 하나씩 줄였다"고 회고하며, 아사 직전의 위기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2012년 SK그룹과의 만남이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아사 직전까지 갔던 회사가 SK를 만나면서 세계 최초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글로벌 D램 시장 1위, 시총 200조원 달성 등 도약을 이뤄냈다"며 "이 모든 기적 같은 일들은 2012년 SK하이닉스가 SK그룹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HBM 성공 신화의 비결, "원팀 정신"
곽 사장은 SK그룹의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안목이 HBM으로 대표되는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HBM을 개발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고, 제품 자체는 훌륭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시장성이 없었다"라며 개발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원팀 정신이 없었다면 아마 이 HBM 신화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조직 내 협업과 결속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며 AI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SK그룹이 AI 시대에도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성능 메모리 기술을 보유한 것은 소버린AI 구축에 있어 핵심적인 경쟁 우위 요소다.
이석희 SK온 사장 "배터리 사업 흑자화 시점은 운영 효율화 속도에 달려"
이석희 SK온 사장은 배터리 사업 흑자 예상 시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하반기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고, 운영 효율화(OI)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될지에 달려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 사장은 올해 11월 예정된 SK엔무브 흡수 합병과 관련해서도 "통합 법인은 재무적으로 당연히 좋겠으나, 우리 배터리업을 본원적 경쟁력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면서 "합하면 좋지만 배터리의 본원적인 경쟁력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온의 상반기 평균 가동률은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목표 가동률에 대해 이 사장은 "핵심은 미국 공장의 가동률인데 그 수치가 굉장히 좋아졌다"며 "잘 유지하는지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고객과 긴밀히 협업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SK온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 확립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혜택 확보와 고객사와의 장기 파트너십 구축이 핵심 전략으로 제시됐다.
SK그룹의 AI 생태계 구축 전략과 미래 비전
SK그룹은 SK하이닉스에 이어 미래 AI 시대의 '전략적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태원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그룹 미래 도약의 원동력으로 'AI'를 꼽으며
"AI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산업구조와 시장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AI를 활용해 본원적 사업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그룹의 AI 전략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접근이 특징이다. SK하이닉스의 HBM과 같은 AI 전용 메모리 반도체부터 SK텔레콤의 통신 인프라, SK㈜의 투자 역량까지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특히 소버린AI 구축에는 막대한 자본과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데, SK그룹은 이미 반도체, 통신, 에너지 등 AI 생태계의 핵심 요소들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기업들보다 유리한 출발점에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의 이번 소버린AI 선언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구체적 실행 계획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언급한 "글로벌 전쟁"이라는 표현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향후 SK그룹은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AI 로드맵과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의 K-AI 정책과의 연계를 통해 민관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