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로고와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도시 이미지가 결합된 글로벌 진출 상징 이미지

출처 : SONOW

동아시아 넘어 중동으로, 네이버의 글로벌 확장 가속화

네이버가 일본과 대만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중동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며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시작했다. 최근 태국 AI 기업 시암AI 클라우드와 태국어 기반 대규모언어모델(LLM) 및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중동 총괄 법인인 '네이버 아라비아 RHQ'를 설립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특히 네이버는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중동 시장에 깃발을 꽂는 데 성공했다. 이는 국내 IT 기업들에게 사우디가 '기회의 땅'이자 동시에 '좌절의 땅'으로 불려온 상황에서 거둔 의미 있는 성과다.

사우디 정부는 탈석유 정책의 일환으로 IT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문화적 간극과 까다로운 요구사항으로 인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실제 수주에서는 좌절을 맛봐왔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의 성공은 한국 IT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오창민 네이버 전략사업지원 리더 겸 네이버 아라비아 RHQ 제너럴 매니저는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IT 분야는 그야말로 국가 간 장벽 없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
이라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사우디에서 네이버가 수주에 성공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자체 개발 '트윈XR' 플랫폼, 기술력으로 승부

네이버가 사우디에서 거둔 성과의 핵심은 자체 개발한 '트윈XR'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기술력이다. 도시 단위의 대규모 공간에서 디지털트윈을 구축할 때는 수작업이 많아질수록 제작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자동화가 중요한데, 네이버의 솔루션이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트윈XR 플랫폼을 기반으로 디지털트윈 솔루션과 AI 기반 위치 인식 기술을 제공하고 있어 작업 효율성이 뛰어나다. 특히 대규모 도시 공간의 디지털 복제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 수작업 방식 대비 획기적인 시간 단축과 정확도 향상을 실현하고 있다.

오창민 리더는 "네이버가 디지털트윈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선정된 이유가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기술 경쟁력'이었기 때문에 더욱 자부심을 갖고 있다""네이버의 기술력이 글로벌 무대에도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는 네이버가 그동안 국내에서 축적해온 기술 노하우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사우디처럼 까다로운 기술 요구사항을 가진 시장에서 가격이 아닌 기술력으로 승부를 거둔 것은 네이버의 R&D 역량과 기술 혁신 능력을 입증하는 성과로 볼 수 있다.

문화적 제약을 기회로, '컬처럴라이제이션' 전략

네이버의 사우디 진출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문화적 차이와 종교적 제약이었다. 특히 네이버가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구축한 '메카'는 이슬람의 제1 성지로, 무슬림 외에는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네이버랩스 직원이 직접 들어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네이버는 무슬림 공무원의 도움을 받아 수치를 원격으로 확인해야 했고, 당초 4주로 예정됐던 출장 기간이 10주로 늘어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러한 문화적 제약을 오히려 차별화 전략의 기회로 활용했다.

오창민 리더는 "사우디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각축전이 열리는 시장으로, 네이버가 글로벌 빅테크와 동일한 방식으로는 싸우기 어려워 택한 전략이 '컬처럴라이제이션(문화화)"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지 문화와 관습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기술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전략이다.

그는

"네이버가 국내에서 수많은 경쟁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화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반영해 생존해왔던 것처럼, 이번에는 '사우디에 가장 최적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방향을 선택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네이버가 대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현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B2C에서 B2B·B2G로, 사업 영역 확장 계획

네이버는 사우디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B2C 중심 사업 모델에서 B2B·B2G 기반 글로벌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향후 지도와 내비게이션을 시작으로 예약·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해 사우디 현지에 특화된 슈퍼앱을 내놓을 방침이다.

오창민 리더는 "네이버가 사우디를 선택한 것은 '기존 레거시가 적고 혁신 수용성이 높으며 집중적인 자본 투자가 가능한' 네이버가 경쟁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의 디지털 전환 의지와 대규모 투자 여력이 네이버의 기술력과 맞아떨어지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특히 네이버는 사우디 시장의 특성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실험할 계획이다. 기존 소비자 대상 서비스에 더해 정부 및 기업 대상 솔루션 제공에도 적극 나서면서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추진한다.

이는 네이버가 그동안 국내에서 쌓아온 플랫폼 운영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동 지역의 디지털 전환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네이버의 이번 중동 진출은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과 대만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완전히 다른 문화권인 중동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네이버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은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