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과 김포공항에 구축되는 AI-RAN 실증망의 개념도와 5G 오픈랜 기술

출처 : SONOW

국내 기업 오픈랜 기술, 글로벌 통신시장 진출 본격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오픈랜(Open-RAN) 기술을 차세대 AI 융합 분야까지 확대 적용하는 실증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17일 발표했다. 오픈랜은 기존 글로벌 제조사 독점 체제였던 이동통신 장비 시장을 개방형 표준 기반으로 전환하는 핵심 기술로, 다양한 제조사 제품 간 상호 연동을 지원하는 혁신적 접근법이다.

전통적으로 기지국 장비 시장은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등 소수 글로벌 기업의 과점 구조로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이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자립을 목표로 오픈랜 전환을 적극 주도하면서 시장 판도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차세대 6G 통신에서는 오픈랜에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AI-RAN(AI Radio Access Network)이 핵심 인프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협력하여 국내 기업의 오픈랜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기존 5G 상용망 실증을 넘어 5G 특화망과 AI-RAN 등 미래 유망 분야까지 실증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신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역·김포공항 실증망으로 AI 시대 인프라 혁신 검증

이번 실증사업의 핵심은 서울역과 김포공항이라는 대표적 교통 허브에 5G 특화망 오픈랜과 AI-RAN 실증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하루 평균 1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서울역에서는 다수의 무선 카메라를 5G 오픈랜 특화망에 연결해 대용량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서버에 전송하는 통합 관제 시스템을 구현한다.

서울역 실증망의 가장 주목할 점은 국내 제조사인 LG전자의 소프트웨어 기반 기지국과 서로 다른 3개 제조사의 무선장치를 결합한 멀티벤더 오픈랜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첫 사례로, 다양한 제조사 장비를 유연하게 조합·운용할 수 있는 오픈랜의 핵심 이점을 실제 운영 환경에서 검증하게 된다. 기존 단일 벤더 솔루션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용 효율성과 기술 혁신 속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서버에서는 수집된 영상 데이터를 통해 혼잡도를 실시간 분석하여 인파 쏠림 현상을 예방하고 안전한 철도 이용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실제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성 향상에 직결되는 실용적 성과를 추구한다. AI 알고리즘을 통한 패턴 분석으로 사고 예방과 대응 시간 단축 효과도 기대된다.

김포공항에서는 보안 강화에 초점을 맞춘 AI 융합 오픈랜 실증망을 구축한다. 승객의 출입제한 구역이나 보안 사각지대 접근을 즉시 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능형 보안 시스템을 통해 기지국 서버에서 통신과 AI 기능을 동시에 처리하는 AI-RAN 기술을 선제적으로 실증한다. 동시에 AI 알고리즘을 네트워크에 적용해 5G 카메라와 기지국 간 신호 품질을 개선하여 고품질·대용량 영상을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최적화 기술도 함께 검증할 예정이다.

6G 시대 지능형 네트워크 시장 선점 전략과 경제적 파급효과

이번 실증사업은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6G 시대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현재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은 약 900억 달러 규모로, 이 중 RAN 시장만 약 30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기존 시장은 소수 글로벌 기업의 독점 구조로 인해 신규 진입이 극히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오픈랜과 AI-RAN의 등장은 이러한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파괴적 혁신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ABI Research에 따르면 오픈랜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40% 이상 성장하여 약 15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기능이 네트워크 인프라에 직접 통합되는 AI-RAN은 기존 통신 기능에 지능형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가치 창출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통신사업자들에게 단순한 연결성 제공을 넘어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수익원 창출 기회를 제공한다.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 산업 IoT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RAN 기반 서비스 모델이 확산될 경우 관련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대기업부터 다양한 중소·중견 전문기업까지 각자의 강점 영역에서 오픈랜 생태계 참여가 가능해진다.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의 오픈랜 구조는 하드웨어 대량 생산 능력보다는 기술 혁신과 소프트웨어 역량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여 중소기업에게도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국내 IT 생태계의 다양성과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성공적 실증을 통한 글로벌 확산 전략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6G 시대에 본격적으로 열릴 지능형 네트워크 시장 선점을 위해 한 발 앞서 기술과 산업 혁신을 주도해나가겠다"며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 AI-RAN 효과성을 선제적으로 검증해 공공·민간 다양한 분야로 확산을 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부의 의지는 단순한 기술 개발 지원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포괄적 전략을 담고 있다.

이번 실증사업의 성공적 추진은 국내 오픈랜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실증하고, 해외 진출을 위한 검증된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한 AI-RAN 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통해 6G 표준화 과정에서도 한국의 기술적 우위와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 진출과 선진국 대상 기술 수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