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자녀' 신조어 등장 배경

1일 한겨레가 입수한 동작구 전 구의원 ㄱ씨와 ㄴ씨의 3쪽짜리 탄원서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20년 초 김병기 의원 쪽에 각각 1천만원, 2천만원을 건넸으나 3~5개월 뒤 이를 돌려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민주당의 총선 예비후보자검증위원장 겸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 의원 문제를 당 지도부에 전하기 위해 작성된 탄원서는 그 실체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지만, 탄원서는 경찰에 제출돼 향후 수사를 통해 진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월 30-50만원 받으며 집안일 전담

두 사람은 “이재명 대표님께”로 글머리를 시작한 탄원서에서 김 의원에게 돈을 건넨 시점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ㄱ씨는 2018년 지방선거 기간에 김 의원의 측근 구의원에게서 정치자금 제공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며,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재차 정치자금 지원을 요구받고, 1월 설명절 즈음 김병기 의원 자택에 방문하여 이○○ 사모님께 5만원권 현금 2000만원을 직접 전달했다”고 적었다. ㄱ씨는 이어 “그 해 6월 김병기 의원 지역사무실에서 열린 시구의원 정례회의가 끝나자 이○○ 사모님이 김병기 의원님 방으로 따로 불러 갔더니 (저의) 딸 ‘○○이’ 주라고 새우깡 한봉지를 담은 쇼핑백을 건네 줘서 받았더니 그 쇼핑백 안에 5만원권 1500만원, 1만원권 500만원 등 2000만원이 함께 담겨 있었다”고 했다.

ㄴ씨가 탄원서에서 밝힌 상황도 비슷하다. ㄴ씨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설 연휴 전에 부인이 김병기 의원 댁에 방문하여 설 선물과 함께 500만원을 드렸더니 김병기 의원님 부인이 ‘구정선물로는 너무 많고 공천헌금으로는 적다’고 하시며 돈을 돌려주었다”고 했다. 이어 2020년 3월께 김 의원 자택을 아내가 거듭 방문한 사실을 전하며 “사모님(김 의원 부인)께서 ‘선거 전에 돈이 필요하다’라고 말해서 미리 준비한 1000만원을 건넸더니 돈이 더 많이 필요하다며 1000만원을 사양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돈은 결국 김 의원의 측근 구의원을 통해 김 의원 쪽에 전달됐다는 게 ㄴ씨의 주장이다. ㄴ씨는 “그로부터 며칠후 김병기 의원 최측근인 ○○○ 구의원이 전화해서 ‘저번에 사모님한테 말했던 돈을 달라’고 하여 당일 동작구청 주차장에서 ○○○ 구의원에게 1000만원을 전달했다”고 했다. ㄴ씨는 이어 “그 해 6월 지역 사무실에서 김병기 의원님과 함께 하는 시구의원 정례회의를 마치고 김병기 의원 집무실에서 의원님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 구의원이 3월에 건넨 1000만원을 돌려줬다”고 적었다.

'컷오프'(공천 배제)된 이수진 전 의원, 김병기 의원과 관련해 진술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의원 쪽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가 3개월 또는 5개월 뒤에 돌려받은 것으로, 법원 판례는 반환 여부와 상관 없이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이들은 이 탄원서에서 최근 알려진 김 의원 부인의 동작구의회 부의장 업무추진비 유용 사건을 자세히 언급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두 전직 구의원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로 추가 설명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답하지 않았다.

앞서 이수진 전 민주당 의원은 2024년 총선 전 한 유튜브 채널에서 탄원서 내용을 대략적으로 소개하며 “두 분이 진술서(탄원서)를 써왔다. 돈을 줬다는 당사자들이 저한테 진술서를 가져와 모른 척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결국 그 진술서가 검증위원장(김병기 의원)한테 다시 갔다. 유야무야 넘어갔다”고도 했다. 이 전 의원은 당시 민주당 지도부가 의혹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2024년 2월 공천 심사 과정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이후에 탄원서 내용을 공개했으며, 김 의원은 당시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다.

이 전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저런 사람이 (공천)자격심사위원장 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로 당대표실에 줬지만 대표실에서 윤리감사실을 통해 (탄원서를) 김병기 의원한테 줬고, (탄원서를 쓴) 그 2명을 끝내 안 불렀다”고 했다. 실제로 이 탄원서는 김 의원 보좌진이 보유하고 있다가, 최근 김 의원 차남의 숭실대 계약학과 입학 논란과 관련한 수사 과정에서 경찰에 제출됐다.

김 의원 쪽은 탄원서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당시는 총선을 앞두고 경쟁자에 대한 많은 투서가 있었는데 대부분 조사결과 무혐의로 밝혀졌고 이 사안도 그중 하나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검증 및 공천심사에 참여했던 보좌직원들이 사본을 가지고 있다가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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