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먹거리골목의 칼국수와 빈대떡 가게들이 늘어선 좁은 골목 풍경

출처 : SONOW

100년 전통 광장시장, 150개 먹거리 점포가 만드는 서울 최대 전통 푸드코트

광장시장 먹거리골목은 1905년 개장한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한국 최초의 상설시장 내부에 형성된 전통 음식의 성지다. 총 150개의 먹거리 점포가 ㄷ자형 구조의 좁은 골목에 빼곡히 들어서 있으며, 하루 평균 2만 명의 방문객이 전통 한식을 맛보러 찾아온다.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거의 쉬지 않고 운영되는 24시간 맛집 지대다.

시장의 구조는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뉜다. A구역은 칼국수와 국밥 전문, B구역은 빈대떡과 전류, C구역은 김밥과 떡볶이 위주로 음식별 특화가 이뤄져 있다. 이런 전문화된 배치 덕분에 같은 메뉴를 파는 가게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품질 향상에 힘쓰고 있으며, 방문객들은 여러 가게를 비교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가게가 가족 경영으로 2-3대째 이어오는 전통 레시피를 자랑한다.

칼국수의 명가들, 육수 깊이와 면발 식감으로 승부하는 장인 정신

광장시장 먹거리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단연 칼국수다. 총 23개의 칼국수 전문점이 있으며, 각각 서로 다른 육수 비법과 면 제작 기술을 가지고 있다. 가장 유명한 '순희네 칼국수'는 1974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돼지뼈를 24시간 끓인 진한 육수로 입소문을 타고 있으며, 하루 평균 500그릇을 판매하는 대형 맛집이다.

'할머니 칼국수'는 닭육수 기반의 깔끔한 맛으로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고, '젊은이 칼국수'는 매콤한 고추가루를 추가한 젊은 세대 맞춤형 칼국수를 선보인다. 특히 면발은 모두 당일 제작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오후 3시 이후에는 면이 떨어져 문을 닫는 가게들도 많다. 가격은 7,000-9,000원 사이로 서울 시내 다른 곳보다 월등히 저렴하면서도 양과 맛은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빈대떡과 녹두전, 바삭한 겉면과 촉촉한 속살의 완벽한 조화

광장시장의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는 빈대떡과 녹두전이다. 12개의 전문 점포에서 갓 부친 뜨거운 전을 판매하며, 주문과 동시에 부쳐주는 즉석 조리 방식으로 최고의 식감을 보장한다. '원조 빈대떡집'은 1960년대부터 3대째 이어오는 전통 레시피로 녹두를 직접 갈아서 고소한 맛을 극대화한다. 한 장에 4,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성인 남성 손바닥 크기의 두툼한 빈대떡을 제공한다.

빈대떡의 특징은 바깥쪽은 바삭하고 안쪽은 촉촉한 이중 식감이다. 녹두 반죽에 돼지고기, 숙주나물, 파 등을 넣고 철판에서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양면을 노릇하게 구워내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막걸리와의 궁합이 특히 뛰어나서 저녁 시간에는 퇴근길 직장인들이 막걸리 한 병에 빈대떡 2-3장을 주문하는 정겨운 풍경을 볼 수 있다. 또한 간장에 고춧가루를 넣은 전용 소스가 빈대떡의 맛을 한층 더 돋구어준다.

마약김밥과 떡볶이, 젊은 세대가 재발견한 전통의 맛

최근 SNS를 통해 유명해진 '마약김밥'도 광장시장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순희네 마약김밥'에서 시작된 이 메뉴는 일반 김밥보다 훨씬 작은 크기로 한 입에 쏙 들어가는 미니 김밥이다. 단무지, 계란, 당근 등 기본 재료만 넣고 김밥을 매우 얇게 말아서 먹기 편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10개에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중독성 있는 맛 때문에 '마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떡볶이 전문점들도 각자의 개성을 뽐낸다. '할머니 떡볶이'는 진짜 할머니가 직접 만드는 옛날식 떡볶이로 달콤한 맛이 특징이고, '매운맛 떡볶이'는 청양고추를 갈아 넣어 상당히 매운 맛을 자랑한다. 떡볶이 가격은 3,000-5,000원 사이로 시내 분식점의 절반 수준이면서도 떡의 양과 질은 훨씬 뛰어나다. 특히 쫄깃한 떡과 진한 양념의 조화가 젊은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좁은 골목의 정겨움, 접시 공유와 빠른 회전율의 시장 문화

광장시장 먹거리골목의 독특함은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식사 문화에 있다. 대부분의 가게가 4-6석의 좁은 공간만을 가지고 있어, 낯선 사람끼리도 자연스럽게 한 테이블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접시와 반찬을 함께 나눠 먹는 공동체 문화가 살아있어, 혼자 온 손님도 외롭지 않게 식사할 수 있다.

빠른 회전율도 광장시장만의 특징이다. 대부분의 음식이 10-15분 내에 조리되어 나오며, 손님들도 30분 내에 식사를 마치는 빠른 템포로 운영된다. 이런 효율적인 시스템 덕분에 점심시간 대기 줄이 있어도 15-20분이면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상인들의 전문성과 자부심도 대단해서, 각자의 메뉴에 대한 확신과 손님을 대하는 진정성이 음식 맛에 그대로 반영된다. 광장시장 먹거리골목은 이처럼 전통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서울 사람들의 정과 문화까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 같은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