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계, 화려한 행사를 위한 기부 적극 추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올해 ‘역사상 가장 화려한 건국 250주년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해외 대사관들이 기념행사 자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의 미국 대사관이 현지 기업 임원들에게 거액의 기부를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백악관에서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를 발표하며 “세계 역사상 가장 화려한 생일 파티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후 지지자와 후원자들이 행사 자금을 적극적으로 모금해왔다.
대사관들의 적극적 기부 요청 ‘기념행사’ 자금 마련
싱가포르 미국 대사 안자니 신하 주시신가폴 대사는 지난 5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서 기업 경영자들을 상대로 직접 기부를 요청했다. 그는 '당신들의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기업들이 내는 기부금이 미국 건국 기념행사로 열릴 로데오 대회와 록펠러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등에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그는 곧 열릴 싱가포르 독립 기념 행사에서 자신이 춤과 노래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기업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신하 대사는 아시아 지역 다른 미국 대사관이 이미 3700만달러(약 535억원)를 모금했다면서 싱가포르에서 더 많은 기부를 해줄 것을 독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시티은행, 코인베이스, 할리데이비슨 등 기업 임원 수십 명이 참석했다.
기업 스폰서 확보 ‘America 250’ 홍콩 영사관 서류 전달
홍콩에서는 기업들이 미국 영사관으로부터 기부를 요청하는 ‘America 250’ 서류를 받았다. 주일 미국대사관은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70개가 넘는 문화, 교육, 그리고 스포츠 프로그램 및 행사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대사관이 공개한 후원자 명단에는 도요타 자동차와 소프트뱅크 등 20곳이 넘는 기업 스폰서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 기업은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미국 이미지에 도움될지 의문"
미국 대사관들은 관행적으로 7월 4일 독립기념일 행사를 위해 민간 기부를 받아왔지만, 올해처럼 공격적으로 요청한 경우는 없었다고 전직 외교관들은 지적했다. 주베트남 미국 대사를 지냈던 테드 오시우스는 “현재 일부 대사들 사이에서는 누가 가장 많은 기금을 모금할 수 있는지 경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이런 행태가 미국의 이미지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등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블레어 홀도 “미국은 과거 윤리적인 기업 관행을 강조하며 정부가 돈으로 매수되지 않고 외부 영향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왔지만, 이번 사례는 그 원칙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매년 7월4일을 전후해 독립기념일 행사를 열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건국 250주년을 맞아 백악관에서 이종격투기(UFC) 경기를 개최하고 워싱턴DC에서 대규모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다.
출처: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