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시민

출처 : SONOW

급증하는 선불전자거래, 연 529억 ‘휴면 잔액’의 실태

티머니·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은 2024년 말 기준 하루 평균 3,300만 건이 사용될 만큼 생활 결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5년의 소멸시효를 인지하지 못한 이용자가 다수여서 2021~2024년 사이 무려 2,116억 원(연평균 529억 원)의 미사용 잔액이 사업자에 귀속됐다. 권익위가 2025년 5월 국민생각함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가 ‘소멸시효 제도를 모른다’고 답해 정보 비대칭 문제가 드러났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은 ‘사전 고지’ 의무를 명문화하지 않아 사업자가 잔액 소멸을 조용히 이익화해도 제재 수단이 없었다. 소멸시효 안내 문구가 약관·상품 설명서·플라스틱 카드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였다.

제도개선 핵심: 1년 전 3회 통지·약관 명시·정보수집 허용

권익위는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에 ‘선불전자지급수단 이용자 권익 보호 방안’을 권고했다. 핵심은 △소멸시효 만료 1년 전부터 이메일·푸시·SMS 등으로 최소 3회 통지 △표준약관에 소멸시효 조항·완성일자 표시 의무화 △요약동의서 도입 및 실물 카드에 굵고 큰 글자로 안내 표기 등이다. 사업자는 고지 수행을 위해 전자우편·휴대전화 번호 등 연락처 수집이 가능해진다.

해외 핀테크 선진국 사례와 비교해도 고지 빈도·정보표시 수준이 상위권이다. 영국 ‘일렉트로닉 머니 규정(E-Money Regs)’은 만료 60일 전 1회 통지만 의무화했으며, 일본 자본결제법 역시 ‘문서 교부’ 의무에 그친다. 한국은 국내 시장규모(2024년 결제금액 약 82조 원) 대비 미사용 잔액 비중이 0.26%로 크지 않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소비자 신뢰도·재충전율 제고 효과가 크다.

재정·사회적 파급효과: 3중 선순환 구조 기대

첫째, 소비자 관점에서 ‘분실·휴면’ 위험이 줄어 연간 최대 529억 원이 경제 활동으로 환류될 전망이다. 둘째, 사업자는 휴면잔액 이익이 줄어드는 대신 고객 데이터 확보와 맞춤형 마케팅 기회가 늘어난다. 셋째, 정부·지자체는 공개된 잔액 통계를 활용해 공익사업(소상공인 결제수수료 지원, 디지털 취약계층 교육 등)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소멸잔액 공익활용’이 법제화되면 2026년부터 연간 약 500억 원 규모의 기금이 조성될 수 있는데, 이는 현행 서민금융진흥원 미소금융 예산(2025년 630억 원)의 80%에 해당한다. 일본 선불카드 미사용 잔액 기금(연 300억 엔)을 참고하면 사회공헌 정책의 안정적 재원 확충 효과가 기대된다.

시사점과 과제: 고지 의무 이행·데이터 보호 균형

전자금융업계는 고객 연락처 수집·저장 프로세스를 강화해야 하며, 개인정보보호법 상 최소 수집·암호화 저장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소멸시효 고지 실패 시 과태료·행정명령 부과 같은 제재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디지털 약관 UI/UX 개선, 다국어 안내 및 고령층 친화형 폰트·색상 가이드라인도 소비자 보호 수준을 높인다.

정부는 2026년까지 고지 의무 이행률·소멸잔액 감소율 등 KPI를 설정해 정책 효과를 측정하고, 핀테크 혁신과 개인정보보호 간 균형을 유지할 감독지침을 제시해야 한다.

“선불전자지급 시장이 ‘소멸 잔액 없는’ 건전 결제생태계로 안착하려면, 고지 시스템 표준화와 정보보호 격차 해소가 병행돼야 한다.” — 정책·핀테크 전문가 공동 의견

결론·제언

소멸시효 사전 안내 의무화는 단순 경고문이 아니라 △소비자 권리 회복 △핀테크 서비스 신뢰 제고 △공익기금 창출 세 축을 연결하는 금융정책 혁신이다. 전자금융업체는 ‘휴면 잔액 제로’를 ESG 경영지표로 삼아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고, 감독당국은 고지 의무 준수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