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 예산 26배 급증의 배경

우리나라 대외경제협력기금(ODA) 예산이 전례 없는 급증을 보였다. 개발도상국 지원 예산은 연간 최대 50억 원 수준이었으며, 지난해에는 50억 원 예산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불용 처리되기까지 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해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지원 예산이 갑자기 1,300억 원으로 26배나 급증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6월 '2030년까지 100억 달러 수준으로 ODA 규모 확대' 방침을 발표한 것과 맞물려 있다.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은 통일교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캄보디아 지원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어 예산 급증의 배경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업 타당성 검토 없는 예산 편성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을 신청하려면 반드시 사업 타당성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담당 기관인 수출입은행은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수출입은행은 국회 질의에서 '사업제안서 검토를 적극적으로 했다고 하려면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평가 항목이 작업 중이었다'고 답변했다. 즉, 평가 항목조차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타당성 조사 없이 예산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사업에 참여할 은행 모집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1억 달러(1,300억 원)라는 구체적인 지원 규모가 문서에 명시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정상적인 예산 편성 절차와는 거리가 멀다.

기획재정부의 의문 제기와 예산 삭감

당시 기획재정부조차 수출입은행의 예산 신청액이 너무 크다며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은행들은 1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현실적인 수요인지 확인해봐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기획재정부의 이런 의문 제기로 인해 예산이 절반으로 삭감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사업 검토나 방향 설정도 없이 예산부터 밀어 넣는 과정 자체가 정치적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상적인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외부의 정치적 압력이나 특별한 요구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수출입은행의 해명과 향후 전망

수출입은행은 논란에 대해 '사업제안서 검토는 예산 편성 전에 거쳐야 할 절차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추후 별도로 평가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민간협력전대차관은 국제사회 권고를 반영해 2021년부터 추진해온 제도이며, 은행들의 참여 의향서를 바탕으로 예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통일교의 청탁 의혹과 예산 급증 간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ODA 예산 편성 과정의 투명성과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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