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재주'에서 '일머리'로 변하는 AI 평가 지표
지난 3년간 생성형 AI는 기술적 경이로움을 보여준 첫 번째 장막을 마감했다. 이제 2026년부터는 그 효용을 실질적인 결과로 증명해야 할 냉정한 두 번째 장막에 진입한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머무른 AI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제어하며 업무를 완료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모델의 규모'에서 '실행력',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국가적 인프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올해는 단순히 더 많은 매개변수(Parameter)를 확보하기 위한 초거대 언어 모델(LLM) 경쟁이 아니었다. AI의 ‘행동’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변화했다.
### '에이전트 AI'로 업무 완료, 기술적 혁신
‘에이전트 AI’는 사용자의 추상적인 지시를 구체적인 과업으로 분해하고 실행한다. 외부 소프트웨어와 웹사이트, 사내 시스템을 활용하여 ‘로그인 → 검색 → 데이터 추출 → 보고서 작성’과 같은 전 과정을 수행한다. 단순히 답변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실행 책임을 질 구조이다.
이 흐름의 주도자는 앤드로픽의 '컴퓨터 유즈(Computer Use)' 기술이다. API 연동 없이 AI가 사람처럼 화면을 인식하고 마우스 커서를 제어하여 복합 작업을 수행하는 이 기술은 "채팅창에 갇힌 AI"에서 "PC 전체를 장악한 AI"로 해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토젠' 등을 앞세워 기업 맞춤형 자율 에이전트 구축을 독려하고 있다. 세일즈포스 등 B2B 플랫폼들은 영업, 상담, 코딩을 대신하는 'AI 직원'을 핵심 상품으로 내세웠다.
### 인프라 경쟁 시작… AI 실행력과 보안의 과제
시장은 AI를 평가하는 기준이 ‘말재주’에서 ‘일머리’로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AI가 더욱 지능적이고 활동 반경이 커질수록,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물리적 체력'이 중요해졌다.
새해 국가 간 AI 패권 경쟁의 핵심은 모델 성능이 아닌 '인프라'이다. 24시간 가동되는 ‘행동하는 AI’는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구글, MS 등 빅테크가 최근 사활을 걸고 원전과 소형 모듈 원전(SMR), 핵융합 스타트업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는 배경이 이다. 안정적인 전력망 없이는 데이터센터도, AI 패권도 없다는 위기감이 '전력 확보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일본, 중동 등은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로 독립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소버린 AI’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중 빅테크에 기술적으로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AI 3강'을 목표로 국산 AI 반도체(NPU) 육성과 데이터센터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글로벌 GPU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과 전력망 부족 문제는 여전히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 AI 도입 시기… ROI 증명 필요
"AI가 신기해서 써보는" 식의 '개념증명(PoC)' 단계는 지났다. 올해 기업들의 지상 과제는 AI를 실무에 적용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을 늘리는 'ROI(투자자본수익률)' 입증이다.
무겁고 비싼 범용 모델 하나에 의존하기보다는 특정 업무에 특화된 경량화 모델(sLLM)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에이전트 팀'처럼 운영하는 방식이 대세다. 재무, 인사, 보안 등 각 분야의 'AI 사원'들이 협업하는 구조다.
그러나 기술적 도입보다 시급한 문제는 '조직 엔지니어링'이다. AI에게 어디까지 권한을 위임할지, 오작동 시 책임 소재는 어떻게 할지 설계하는 역량이 AI 도입의 성패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 섀도우 AI…보안 위협 심화
AI의 실행력이 강해질수록 보안 위협은 더 은밀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기업 내부의 '섀도우 AI'가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임직원들이 검증되지 않은 외부 AI 도구에 회사 기밀을 입력하거나 업무를 맡기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정보 유출 리스크는 최상위 수준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해커들도 AI를 활용하여 자동화된 피싱과 딥페이크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다. 사내 AI 에이전트의 행동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 AI는 배경으로…2026년 새로운 가능성
2026년, AI는 더 이상 뉴스거리에서 벗어나 우리 생활의 배경이 될 수도 있다. 전기나 수도처럼, 우리는 AI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은 채 AI가 예약한 식당에 가고 AI가 제어하는 전력망 아래에서 살아갈 것이다.
'행동하는 AI'를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전력과 인프라를 갖춘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의 생산성 격차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 AI 2막의 제목은 '실행과 인프라'다. 모델 크기 경쟁은 끝났고, 이제는 누가 이 강력한 도구를 책임 있게 운용할 ‘기초 체력’을 갖췄느냐가 승패를 가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