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이 수술' 기적과 사회적 책임
2010년 조두순 사건 피해자 나영이의 수술은 국내 언론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한석주 교수는 '나영이가 2차 수술 이후 배변 주머니 없이 정상적인 배변이 가능하며, 성장한 뒤에는 자연임신도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모두에게 기적을 선사했다.
한 전 교수는 나영이를 '영리하고 똘똘하며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한 아이'로 기억한다. 그는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수술하는 것뿐이었고, 기적을 만들어낸 건 결국 아이 자신의 의지였다"라고 당시를 되돌아보며 말했다. 나영이 사건은 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생명을 위한 선택이라면 미루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VIP 병동의 수상한 환자' 들춰내기
2010년 윤길자씨가 형집행정지를 받고 병원 VIP룸에서 수년간 호의호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산 일이 있었다. 이 사건에 한 전 교수는 당시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기재원환자관리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으로 재직 중이었기에 윤길자씨를 밝혀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특별한 치료 기록도 없는 ‘나이롱 환자’가 청부살인사건의 무기수였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설명한다.
윤길자씨의 부당한 장기 입원 문제는 이후 장기재원환자관리위원회에 공식 안건으로 제출되었으며, 윤씨는 쫓기듯 병원을 떠났다. 그러나 한 전 교수는 윤씨의 행동과 기록을 지속적으로 조사했고, 피해자 유족인 하모씨에게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유족은 윤씨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주치의들을 경찰에 고소했으며, 'VIP 병동의 수상한 환자' 문제는 사회적 논쟁으로 번져갔다.
의학적 판단을 밝히다
2020년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사건에서 한 전 교수는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사건’으로 법정에 섰다. 그는 의법과의 조율이 필요한 어려운 문제로, 의학적 판단을 제시하는 과제를 받았다. 그는 32편의 관련 의학 논문을 찾아 정밀하게 분석하고 '의학적으로 사고사가 성립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견서를 작성했다.
한 전 교수는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퇴임 후 서울고법 상임전문심리위원을 시작했으며, 그 역할은 법정에서 의학적 판단에 대한 정보와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판사가 아니기에 소송의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바른 판단에 이르도록 돕는 일에는 분명한 보람이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