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20년간 반복되는 요구와 대책, 근본적 시스템 변화 필요
김서균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사무총장은 4일 시사저널e 기고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산업에서만큼은 매년 요구와 대책이 번갈아 가며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그럼에도 점점 쉽지 않은 상황으로 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0여년간 정부가 산업부 주도로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음에도 산업이 제대로 육성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다.
김 사무총장은 "반도체 기술이 매우 빠르게 진화하면서 인력과 자금난이 발생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러저러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지금껏 우리의 성장이 지체되고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며 근본적인 정부 시스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리·감독 강화 아닌 민간 자율 이양으로 효율성 극대화해야"
김 사무총장은 국가 R&D 제도혁신과 시스템혁신 방안을 만들 때마다 공무원들이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민간 자율로 맡길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이양해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효과적 대응이 가능하다"며 "굳이 국가 R&D를 본인들만 책임질 수 있다는 망상과 함께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애국심"을 비판했다.
특히 R&D 연구비 사용을 네거티브(허용 중심) 규제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수십 년째 나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포지티브(금지 중심)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이미 시기적으로 포지티브 규제에서 탈피해 네거티브 규제를 시행했어야 하는데, R&D 전담관리기관 인력도 부족해서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감시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사업, 용두사미 되지 않기를"
김 사무총장은 산업부가 주도하는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것을 반기면서도 우려를 표했다. "전형적인 상향식 기획에 의해 이루어진 기술 개발사업으로서 정말 잘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항간에서는 이미 수행할 기관들이 정해져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정부의 '글로벌 스타팹리스 육성사업' 사례를 들어 경고했다. "2023년 20개 기업을 선정하여 3년간 자율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정말 파격적인 사업을 전개했지만, 3년간 약속했던 개발자금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대폭 삭감해 전형적인 용두사미 사업이 됐다"며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사업은 이런 전철을 또 밟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상향식 기획이 꼭 필요한 이유
김 사무총장은 시스템반도체 산업 분야만큼은 상향식 기획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는데, "갑이라는 기업이 차량용 A반도체를 위해 a,b,c 기술이 필요하고, 을이라는 기업이 차량용 B반도체를 위해 b,c,d 기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을 때, 정부가 이를 종합해 a,b,c,d 기술이 접목된 C반도체 개발과제를 기획하면 결국 어느 기업도 100% 만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시스템반도체는 대부분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개발해야 하거나 시장의 수요에 따라 개발이 필요한데, 개발비가 한정된 상황에서 고객의 요구와는 약간 다른 반도체를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기업들은 국가 R&D와 별도로 자신들만의 제품개발을 따로 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