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중단되는 초유의 행정 마비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3년 전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며, 한국 디지털 인프라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26일 오후 8시 15분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화재 시작
26일 오후 8시 15분경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하며 화재가 시작됐다. 무정전 전원장치(UPS)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는 작업 중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22시간 만인 27일 오후 6시에야 완전 진화를 선언했다.
이번 화재는 2022년 10월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당시에도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된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주요 서비스들이 마비됐다. 두 사고 모두 UPS 시설의 배터리 화재가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디지털 인프라 안전 관리에 근본적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김민석 총리 공식 사과, 위기경보 '심각' 단계 격상
김민석 국무총리는 27일 "불편을 겪으실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정부는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현재 모바일 신분증, 정부24, 우체국 금융 등 핵심 서비스들이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우체국 금융과 우편 서비스 등 국민 파급효과가 큰 서비스부터 우선 복구하겠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복구 시점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 "3시간 복구" 공언과 달리 장기 지연 비판
이번 사태는 정부가 2022년 카카오 사태 이후 "3시간 이내 복구" 가능하다고 공언했던 것과 달리 장기간 복구가 지연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국가 핵심 전산망이 한 곳에 집중된 구조적 문제점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정부는 시스템 정상화 이전까지 세금 납부와 서류 제출 기한을 연장하고 대체 사이트 운영 등 임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시스템 분산화와 백업 체계 구축 없이는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 집중화 구조의 한계 재확인
이번 사태는 한국의 디지털 인프라가 여전히 집중화된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에 취약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카카오 사태 이후 정부가 약속했던 분산화와 이중화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국가 핵심 전산망 647개 시스템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어, 물리적 재해 발생 시 전면적인 서비스 중단이 불가피한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