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SONOW
AI 발전의 숨은 전제조건, 네트워크 인프라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AI 서비스의 토대가 되는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6G AI 네트워크 정책토론회'에서는 AI 모델과 서비스 개발 못지않게 데이터 학습과 전송을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장경희 6G포럼 집행위원장은 "도로가 없는데 자율주행차가 운행하길 바라는 것과 같다"며 현재 AI 발전 논의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AI 서비스 활성화는 네트워크 인프라의 진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AI와 네트워크의 관계는 빼놓고 설명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픈랜인더스트리얼라이언스의 김동구 집행위원장도 "AI 데이터센터 논의가 한창인데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계속 만들어지면 데이터 학습이나 모델 개발을 한 곳에서 못하고 여러 곳에서 분산 컴퓨팅을 써야 하고 이때 네트워크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지컬 에이전트 AI 시대가 되면 외부에 있는 데이터를 모두 끌어올려야 하는데 역시 네트워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다"며 미래 AI 생태계에서 네트워크의 핵심적 위치를 강조했다.
AI 강국의 새로운 평가 기준
이경한 서울대 교수는 AI 강국을 평가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AI 3대 강국의 지표를 따질 때 원천 기술을 잘 가진 나라를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AI를 잘 활용할 수 있고 차세대 서비스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AI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얼마나 고도화된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느냐가 중요한 지점"이라고 설명하며, AI 기술력뿐만 아니라 인프라 구축 역량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은 단순히 AI 모델의 성능이나 알고리즘의 우수성만으로는 AI 강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국민들이 일상에서 AI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네트워크 인프라가 AI 발전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추라는 데 학계의 뜻이 모인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AI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는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통신 3사의 이원적 접근 전략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국내 주요 통신사들도 AI 시대를 위한 명확한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네트워크를 위한 AI'와 'AI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분해 접근하는 이원적 시각을 보였다.
류탁기 SK텔레콤 인프라기술본부장은 "AI 시대라고 한다면 실생활에 인텔리전스 서비스가 속속들이 들어가 있는 것을 뜻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인텔리전스의 본질은 커넥티비티"라고 정의했다. 그는 "네트워크 안에서 모든 게 연결되어 있고 실현하는 게 진정한 AI"라며 연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네트워크도 AI를 잘 수용해야 하지만 네트워크가 AI 서비스가 잘 이뤄지도록 하는 두 가지 방향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하며 양방향적 접근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상헌 LG유플러스 NW선행개발담당은 "AI를 활용해 네트워크를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의 문제가 있고, AI 서비스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어떻게 구현할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AI 환경에서 네트워크 인프라 성능이나 대역폭을 높이는 점도 있지만, 어떻게 해야 AI 자원을 네트워크 자원과 잘 결합하느냐의 문제가 있다"며 "AI 서비스와 네트워크를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문제에 대한 선행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안 강화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
AI 시대의 네트워크 인프라는 단순한 연결성을 넘어 보안까지 고려한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는 AI와 양자컴퓨팅 기술의 발전이 기존 보안 체계에 새로운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이종식 KT 미래네트워크연구소장은 "AI와 양자컴퓨터가 사이버 보안을 위협하며 고도화된 공격이 이뤄질 수도 있는데 똑같이 그 기술로 네트워크 보안을 방어해야 하는 점도 있다"며 기술의 양면성을 지적했다.
그는 "보안 문제를 해결한다는 자체는 네트워크 고도화와 고신뢰성으로 진화하는 점에서 통신 네트워크를 확장된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는 기존의 단순한 데이터 전송 기능을 넘어 보안, 신뢰성, 지능화까지 포괄하는 차세대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특히 "데이터센터 안에서 데이터가 서비스 형태로 고객에 전달될 때 엔드투엔드(종단간) 모든 측면을 보지 않으면 데이터 유출이 발생할 때 데이터센터에서 이뤄진 건지 통신망에서 이뤄진 건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네트워크의 개념에 대한 확장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AI 서비스의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문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통합 보안 체계의 구축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AI 통신강국으로의 도약 의지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기관들은 우리나라가 AI 시대에도 통신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홍진배 원장은 "CDMA, 5G 세계 최초 상용화로 이룬 그간 우리의 위상을 넘어 또 한번의 AI 통신강국 신화 창조로 AI G3 국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공동 주관을 맡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방승찬 원장도 "AI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통신·네트워크 기술의 혁신을 촉진하도록 6G AI 네트워크 연구개발과 산업계, 학계, 연구계의 역량 결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가 과거 이동통신 분야에서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AI 시대에도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6G 기술과 AI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통신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회가 단순한 논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정책 방향과 투자 계획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3대 강국 도약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이날 토론회의 핵심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