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의 끈질긴 한국 지도 서비스 공략
글로벌 IT 공룡 구글이 한국 지도 서비스 강화에 수년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네이버맵과 카카오맵이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한국에서 구글맵은 여전히 미미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구글의 한국 지도 데이터 확보 노력은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다.
구글은 최근 한국 지역 정보 수집 인력을 30% 확대하고, AI 기반 실시간 교통정보 정확도 향상에 연간 2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과 실시간 혼잡도 예측 등 차별화된 기능을 한국 시장에 우선 도입하며 기술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경쟁을 넘어 미래 핵심 기술 개발의 전략적 거점으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도 데이터, 미래 산업의 '디지털 석유'로 부상
지도 정보의 전략적 가치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디지털트윈 시장 규모는 연평균 39.1% 성장하여 2030년 1,310억 달러(약 18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시장도 2025년 420억 달러에서 2030년 1,860억 달러로 5배 성장이 예상된다.
이 모든 기술의 핵심에는 센티미터 단위 정확도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자리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HD맵 없이는 안전한 운행이 불가능하며, 디지털트윈은 현실 세계를 정확히 복제한 공간 정보가 필수다.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로봇공학까지 모든 첨단 기술이 지도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어 '디지털 석유'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도 데이터는 21세기 디지털 경제의 석유와 같습니다. 이를 확보한 기업이 미래 기술 패권을 잡게 될 것입니다" - 김영수 박사, KAIST 공간정보연구소
글로벌 기술 패권을 위한 데이터 확보 경쟁
구글의 한국 지도 서비스 집착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5G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차세대 지도 기술을 테스트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복잡한 도심 구조와 높은 인구 밀도는 AI 알고리즘 학습을 위한 최적의 데이터를 생성한다.
하지만 한국의 엄격한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규제는 구글에게 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기밀보호법과 공간정보관리법에 따라 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이 금지돼 있어, 구글은 국내에서만 서비스할 수 있는 제한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구글이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향후 규제 완화 가능성과 함께 한국 시장에서 축적한 기술 노하우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스마트시티 등의 산업이 본격화되면 지도 데이터를 둘러싼 국가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바이두, 유럽의 히어(HERE) 맵스 등도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어 한국은 글로벌 지도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전장이 되고 있다. 데이터 주권과 기술 혁신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