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연방연구비에서 탄생한 12조 달러 규모 기술혁신의 역사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혁신기술은 연방정부 연구자금에서 시작됐다. GPS는 1970년대 국방부 연구개발 예산으로 시작해 현재 연간 1조 4000억 달러 규모의 위치기반 서비스 산업을 창출했다. 인터넷 역시 국방고등연구계획청(DARPA)의 아르파넷 프로젝트에서 출발해 현재 5조 달러 규모의 디지털 경제를 만들어냈다.
최근 주목받는 GLP-1 비만치료제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국립보건원(NIH)의 기초연구에서 시작된 이 약물은 현재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연간 5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핵심 제품이 됐다. 터치스크린, 리튬이온 배터리, 음성인식 기술 등도 모두 연방연구비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기술들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연방연구비로 개발된 기술들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는 총 12조 달러에 달한다.
2025년 연방 R&D 예산 15% 삭감 계획이 불러올 파장
하지만 이런 혁신의 근간이 되는 연방연구비가 대폭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2025년 연방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NIH 예산이 전년 대비 12% 감소하고, 국립과학재단 예산은 18% 줄어들 예정이다. 특히 기초과학 연구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10년 대비 실질 연방 R&D 예산은 이미 8% 감소했고, GDP 대비 비중도 0.7%에서 0.6%로 줄어든 상태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R&D 투자를 GDP의 1.4%에서 2.4%로 늘렸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 중국의 연방연구비 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민간 기업의 한계와 정부 연구자금의 불가대체성
민간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정부 연구자금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기업 R&D 투자의 85%는 상용화 직전 단계에 집중되며, 10년 이상 걸리는 기초연구에는 투자를 꺼린다. 특히 실패 확률이 높은 '미친 아이디어(crazy ideas)'에 대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는다.
벨연구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트랜지스터, 레이저, 태양전지 등을 개발했던 벨연구소는 1996년 민영화 이후 기초연구를 대폭 축소했다. MIT 기술정책 프로그램의 연구에 따르면 혁신적인 기술의 평균 개발기간은 17년이며, 이 중 초기 10년은 대부분 정부 자금에 의존한다고 나타났다. 아마존, 구글, 애플 등도 자사 기술의 핵심 요소들이 정부 연구에서 출발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미래 조 달러 산업 상실 위험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연구비 삭감으로 인한 가장 큰 위험은 미래 혁신 동력의 상실이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양자컴퓨팅, 합성생물학, 핵융합 등의 연구 분야가 2040년대에는 각각 수조 달러 규모의 새로운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구비 부족으로 이런 기회를 다른 나라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30년까지 AI, 양자기술, 바이오테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연간 5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호라이즌 유럽' 프로그램을 통해 7년간 1000억 유로를 기초연구에 투입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연구투자를 줄이는 동안 다른 국가들이 미래 기술의 주도권을 가져갈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들조차 '정부 연구비 없이는 진정한 혁신이 불가능하다'며 연구예산 확대를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