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미생물과 뇌 연결을 시각화한 의학 일러스트레이션

출처 : SONOW

장내미생물 구성이 기억력과 인지기능에 직접적 영향 미친다는 연구 증가

인체 내 100조 개 이상의 미생물로 구성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뇌 기능, 특히 기억력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2025년 초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특정 장내세균이 생성하는 대사물질이 해마(hippocampus)의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해 기억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락토바실러스와 비피도박테리움 같은 유익균이 풍부한 실험군에서 공간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현저히 향상된 반면, 항생제 투여로 장내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한 실험군에서는 인지기능 저하가 관찰됐다는 것이다. 이는 '마이크로바이옴-뇌축(Microbiome-Brain Axis)'이라 불리는 양방향 소통 경로가 실제로 존재하며, 이를 통해 장내환경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장-뇌 소통은 미주신경과 면역체계, 대사물질 3가지 경로로 이루어져

장내미생물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크게 세 가지 경로로 설명된다. 첫째, 미주신경(vagus nerve)을 통한 직접적인 신경 신호 전달이다. 장내미생물이 생성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미주신경을 자극해 뇌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둘째, 면역체계를 통한 간접적 영향이다. 장내미생물이 면역세포의 활성화에 관여하고, 이것이 뇌의 염증 반응과 신경 가소성에 영향을 미친다.

셋째, 단쇄지방산(SCFA)과 같은 미생물 대사산물이 혈액-뇌 장벽(BBB)을 통과해 직접 뇌 기능에 영향을 준다.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팀은 특정 장내세균이 생성하는 부티레이트가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생성을 촉진해 신경 가소성과 기억력 향상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발견은 장내미생물 구성이 단순한 소화 기능을 넘어 인지기능과 정신건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법,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새 지평 열 것

마이크로바이옴-뇌축 연구의 발전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여러 제약회사들이 특정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활용한 인지기능 개선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으며, 일부는 임상 2상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조절 요법의 가능성이다. 개인별 장내미생물 프로파일을 분석해 최적의 인지기능을 지원하는 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나 식이요법을 제공하는 정밀의학 접근법이 2026년경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향후 10년 내에 장내미생물 조절을 통한 인지기능 향상 및 퇴행성 뇌질환 예방이 표준 의료 프로토콜의 일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