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본사 건물과 연구개발 센터 전경

출처 : SONOW

화웨이, 제재 속에서도 매출 80조원 달성하며 회복세 입증

중국 통신장비 거인 화웨이가 미국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상반기 매출 4,270억 4천만 위안(약 80조 원)을 기록하며 제재 이전 수준의 매출을 회복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4%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손실을 중국 내수시장 확장으로 성공적으로 상쇄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2분기에는 4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자체 개발한 7나노 공정 칩을 탑재한 '메이트 60' 시리즈와 '푸라' 시리즈의 성공이 매출 회복을 견인했다.

그러나 순이익은 371억 위안(약 7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2%나 감소했다. 한때 10%를 넘었던 순이익률은 8.7%까지 축소되며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러한 매출 증가와 이익 감소의 역설적 상황은 화웨이가 기술 자립을 위한 '강제된 투자 모드'에 돌입했음을 시사한다.

매출의 22.7%를 R&D에 투자하며 '기술 만리장성' 구축 가속화

화웨이는 올 상반기 연구개발(R&D)에 969억 5천만 위안(약 18조 원)을 투자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수치로, 전체 매출의 22.7%에 해당하는 규모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평균 R&D 비중이 10%대인 것을 감안하면, 화웨이는 매출의 거의 4분의 1을 미래 기술 확보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대규모 R&D 투자는 미국의 기술 봉쇄를 뚫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엔비디아의 아성을 넘보는 AI 칩 '어센드(Ascend)' 시리즈와 스마트폰용 '기린(Kirin)' 칩 고도화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또한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와 협력해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없이도 7나노를 넘어 3나노 공정에 근접하는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 칩과 내수시장 집중 전략으로 미국 제재의 역설적 기회 포착

화웨이의 성장 전략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첫째, 미국의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 AI 칩 공급이 막히자 발생한 '엔비디아 공백'을 자사의 '어센드' AI 칩으로 채우는 전략이다.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정부의 국산화 정책에 발맞춰 자사의 거대 언어 모델(LLM) 개발에 어센드 칩을 적극 채택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둘째, 스마트폰 사업의 내수시장 집중 전략이다. 현재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의 90~95%가 중국 내수시장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 제재가 역설적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애국 소비' 현상으로 이어진 결과다. 이 외에도 지능형 자동차 솔루션과 5.5G 통신 기술 상용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고(高) R&D, 저(低) 마진' 전략의 지속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EUV 노광 장비 없이는 미래 반도체 성능 경쟁에서 한계가 있고, 미국과 동맹국들의 추가 제재 가능성도 상존한다. 또한 중국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아 중국 경제 침체 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리스크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