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강릉시청을 방문해 지역 현안을 점검하는 모습

출처 : SONOW

이재명 대통령, 한겨레21 보도 인용해 필리핀 7천억원 차관사업 즉시 중지 명령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가 차관 지원을 거부한 필리핀의 7천억원 규모 토목 사업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압력을 행사해 지원이 재개됐다는 한겨레21의 단독 탐사보도를 인용하며 "해당 사업에 대해 즉시 절차를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고 9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단독] 권성동, 세 차례 압박에 "필리핀 사업 EDCF 지원 곤란" 판정 뒤집혔다'는 제목의 한겨레21 기사 링크를 공유한 뒤 "부정부패 소지가 있는 부실사업으로 판정된 해당 사업에 대해 즉시 절차 중지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7천억원 규모 혈세 낭비 방지, 부실·부패 위험 사전 차단" 강조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점은, 사업이 아직 착수되지 않은 단계여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 등의 사업비는 지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자그마치 7천억원 규모의 혈세를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않고, 부실과 부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겨레21 보도를 두고 "언론은 권력의 감시자이자 사회의 부패를 막는 소금과 같은 존재로, 공정한 세상을 이루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며 "이번 탐사보도를 통해 진실을 널리 알리며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주신 언론의 용기와 노력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권성동 의원, 2024년 2월~5월 기재부 장관에 세 차례 압력 행사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필리핀 농촌 350곳에 '모듈형 다리'를 설치하기 위해 2023년 11월 한국 정부에 초저리의 EDCF 차관 4억3900만달러(약 6117억원)를 요청했다. 기획재정부가 이 사업을 수개월 검토했지만 공사 대상지가 너무 많고, 부정부패 전력이 있는 필리핀 현지 기업이 참여하며, 한국 기업들의 참여 의사가 저조했다는 등의 이유로 2024년 2월 "지원 불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권 의원이 2024년 2월부터 5월까지 세 차례 이상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접촉하거나 기재부 관계자들을 의원실로 불러 사업을 진행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권 의원은 이 과정에서 "필리핀 정부로부터 니켈 광산 채굴권을 확보할 수 있다" "대우건설과 삼부토건 등이 참여 의향이 있다"고 말했고, EDCF를 운용하는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들이 필리핀 정부 관계자들에게 '외교 결례'를 범했다는 주장까지 하며 사실상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의원 "필리핀 대통령 이름 붙인 민생 프로젝트" 반박하며 압박 사실 인정

권 의원은 9일 오후 페이스북에 "야당 탄압에도 넘지 말아야 한 선이 있다. 바로 국익과 국가 간 외교 관계"라며 "EDCF는 단순한 차관이 아니라, 개발도상국과의 신뢰를 쌓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전략적 자산이다"라고 반박했다.

권 의원은 "이 대통령이 지적한 사업은 정식 명칭이 PBBM(President Bongbong Marcos Jr.) 농촌 모듈형 교량 사업으로, 필리핀 대통령의 이름까지 붙인 최핵심 국책사업"이라며 "한국수출입은행 필리핀 사무소가 '이런 사업은 일본한테나 가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주장해 한겨레21이 보도한 수출입은행 관계자들에 대한 압박을 사실상 인정했다.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통과…찬성 173명

한편, 통일교 쪽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 표결은 재석 의원 177명 가운데 찬성 173명, 반대 1명, 기권 1명, 무효 2명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으나 권 의원 본인은 투표에 참여했다. EDCF 전문가는 "타당성조사에도 큰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의 심사가 끝난 사업들만 타당성조사를 실시한다"며 "타당성조사가 발주된 사업 90% 이상은 차관이 집행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해 권 의원의 해명과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