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금융회사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 책임 법제화로 업계 부담 확대
정부가 은행 등 금융회사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보이스피싱 피해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무과실 배상 책임'을 법제화하기로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보이스피싱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연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비밀번호 위·변조 등 일부 사고에만 제한적으로 금융권 배상이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피해자가 사기범에게 속아 본인이 직접 이체한 경우에도 일정 범위에서 금융회사가 피해액을 보상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금융사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와 전담인력 확충 등 대응역량 강화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LTV 담합·ELS 과징금·교육세 인상까지 연쇄 비용리스크 가중
문제는 은행권이 이미 정부 주도의 각종 정책과 규제 대응 비용을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LTV 담합 조사, 국민성장펀드 출자, 장기연체자 채무탕감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세제개편안에 따른 교육세 인상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로 인한 과징금 규모는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노조는 "투자원금 전체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면, 이미 배상 비용을 부담한 은행에게 또 한 번 비용을 씌우는 꼴"이라며 "실제 피해 규모보다 훨씬 큰 금액을 물리면 시장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깨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4대 금융지주 RWA 23.7% 증가로 주주환원 여력 제약
연쇄적인 비용 부담은 금융지주들이 밸류업 정책에 호응해 추진 중인 주주환원 확대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RWA)은 2021년 말 971조8768억원에서 지난해 말 1201조8637억원으로 23.7% 증가했다.
금융지주가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이상을 유지하려면 RWA를 낮춰야 하는데, 추가 비용 부담이 현실화할 경우 30%대 배당성향 목표 달성과 자사주 매입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밸류업 실행력 약화로 주가 개선 효과 반감 우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환원 확대는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밸류업의 핵심축으로, 예상치 못한 비용 리스크가 줄줄이 발생하면 현실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 정책의 필요성과 명분은 이해하지만, 은행의 안정적 이익 창출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 역할과 균형점을 찾는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