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대선 경선 탈락 직후 정계 은퇴 선언...30년 정치 여정의 마침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30년 정치 인생을 마감했다. 홍 전 시장은 29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대선 후보자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자 "더 이상 정치 안 하겠다"며 정계 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제 소시민으로 돌아가 시장에서, 거리에서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일개 시민으로 남으려고 한다"고 밝히며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마무리했다. 홍 전 시장은 1996년 2월 정계에 입문한 이래 국회의원 5선, 광역단체장 3선을 지내며 보수 정치권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왔다.
정치 원로들은 홍 전 시장의 은퇴 선언이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정치평론가 A씨는 "홍준표는 정치적 승부사로서 좌절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여온 인물"이라며 "이번 결정은 그가 한국 정치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계파 없는 나는 언제나 보수정당의 아웃사이더였다"...정치인생 소회 밝혀.
은퇴 선언 직후 홍 전 시장은 29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30년 정치 인생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6공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해 스타 검사로 급부상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30여년 전 검찰 대선배들 비리를 수사했다는 것을 이유로 검찰 조직의 왕따가 돼 2년간 이지매(집단 괴롭힘) 당하다가 사표 낼 때 아내는 무척 서럽게 울었다"고 떠올렸다.
홍 전 시장은 "YS의 강권으로 보수정당에 들어와 국회의원 5선, 광역단체장 3선을 했지만, 계파 없는 나는 언제나 보수정당의 아웃사이더였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그는 "3년 전 대선후보 경선 때 정치 신인인 윤석열 후보에게 27년 몸 바쳐온 이 당에서 당심에서 참패했을 때 그때 탈당하고 싶었지만, 마지막 도전을 위해 보류했다"고 밝혀 지난 2021년 대선 경선 패배 당시에도 정계 은퇴를 고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오늘 경선 결과를 보고 더 정치를 계속하다가는 '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젠 이 당을 탈당하고 정계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아내도 고생했고 두 아들도 그동안 마음고생 참 많이 했다"며 가족에 대한 미안함도 드러냈다.
오늘 경선 결과를 보고 더 정치를 계속하다가는 '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젠 이 당을 탈당하고 정계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 사직 때와 달리 이번 은퇴는 가족 모두 흔쾌히 받아줬다"...새로운 인생의 시작.
홍 전 시장은 검찰 퇴직 때와 달리 이번 정계 은퇴 결정에 대해서는 가족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전했다. 그는 "검사 사직 때와 달리 이번 탈당과 정계 은퇴는 아내와 두 아들이 모두 흔쾌히 받아줬다"며 "더 이상 갈등으로 지새우는 정치판은 졸업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이제 정치판을 떠나 새로운 세상에서 세상을 관조하면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자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홍 전 시장은 메시지 말미에 "제7공화국 선진대국시대를 열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후배들이 잘해주리라 믿는다"는 말로 정치인으로서의 마지막 소회를 전했다. 오랜 기간 한국 정치계의 독특한 캐릭터로 존재감을 드러내왔던 홍준표의 퇴장은 많은 정치 관계자들에게 의외의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 B씨는 "홍준표는 한국 정치에서 '영원한 아웃사이더'로 불리면서도 자신만의 소신과 정치 스타일을 고수했던 인물"이라며 "그의 정계 은퇴는 단순한 개인의 결정을 넘어 한국 보수 정치의 한 시대가 마감됨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그가 정치 경력 동안 보여준 강인한 생명력을 고려할 때 완전한 은퇴보다는 미래의 정치 상황에 따라 다시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홍 전 시장의 정계 활동이 마무리된다면, 한국 정치는 독특한 개성과 논쟁적 발언으로 주목받던 한 베테랑 정치인을 잃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