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2029년 개항 무산, 현대건설 "2년 추가 공사 필요" | SONOW

SONOW / 2025-04-28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현대건설 컨소시엄, '9년 공사 필요' 기본설계안 제출

부산 가덕도 신공항의 '2029년 개항'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건설 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28일 "공사 기간을 착공 후 9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본설계안을 정부에 제출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밝혀온 착공 후 7년 내 완공 계획보다 2년이나 더 소요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활주로와 터미널 등을 먼저 지어 2029년 12월에 우선 개항하고, 완공은 착공 후 7년 내에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 중인 이 공사는 국가계약법상 정부가 내건 공사 기간 등 조건을 변경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요구가 사실상 공사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부지 조성 공사에만 10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역대 최대 규모 토목 공사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네 차례 유찰 끝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6개월가량 기본 설계안을 작성해 이날 국토교통부에 최종안을 제출했다.

정부 "보완 요구", 현대건설 "공기·공사비 현실화 필요"

국토교통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설계안 제출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조건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발주한 대로 설계안을 맞춰오는 게 상식"이라며 "안 될 것 같았으면 애초 왜 참여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발주한 공사 계획에는 공사 기간, 공사비 등이 명시돼 있었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이에 응해놓고 이제 와서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이날 당초 요구대로 기본설계안을 보완하라고 요구하면서 "현대건설이 응하지 않으면 다음 입찰 방식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고 다른 건설사를 찾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난해 입찰이 네 차례나 유찰됐던 점을 고려하면, 현대건설 컨소시엄 외에 적임자가 나올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말 공사에 착공해도 4년 안에 바다를 메워 활주로 등을 짓는 건 불가능한 일" - 현대건설 컨소시엄 관계자

반면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은 "실제 전문 인력이 6개월간 자세히 따져보니 정부가 제시한 조건으로는 도저히 공사가 어렵다는 결론이 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공사비 증액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공사비로 10조5000억원을 제시했지만, 최근 원자재 값 상승과 기간 연장 등을 감안할 때 1조원가량 증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의 배경과 안전성 논란

건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무리하게 공항 건설을 추진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검토 지시로 시작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나 폐기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 공약으로 재부상했고, 특별법이 발의되어 그해 2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됐다.

특히 2030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추진은 공사 기간을 크게 단축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초 이 공항은 2035년 6월 개항으로 추진됐는데,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당겨졌다. 공사 기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계속 지적됐지만 정부는 그대로 계획을 밀어붙였다.

업계에서는 공사 기간 단축에 따른 안전성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당초 국토부는 2022년 진행한 사전 타당성 검토 때 공항 전체를 해상에 지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공사 기간이 5년 단축되면서 해상 매립량을 줄이고 육·해상에 걸쳐 짓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는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 우려가 있어 사전 타당성 검토 때 배제하기로 한 방식이었다. 육상과 해상 연약 지반의 지지력 차이가 크면 바다 쪽 활주로가 육지 쪽보다 많이 가라앉아 항공기 이착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선 앞두고 정치적 쟁점화 가능성, 사업 장기 표류 우려

가덕도 신공항 개항 지연 문제는 6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는 이날 '유감'을 표명하며 "공사는 (계획대로) 7년 내에 마칠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항 지연 관련 진상 조사를 요구하겠다고 밝히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박형준 시장,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산이 엑스포 유치에 실패해 개항을 앞당길 이유가 사라졌지만, 여야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이미 부산 시민에게 약속한 '2029년 개항'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와 현대건설 컨소시엄 간의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사업 자체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결책 마련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재정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인 기획재정부가 나서 적정 공사비 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 상황에서는 기존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판단과 정부의 정책적 결정 사이에서 합리적인 절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현장
SONOW /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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