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향 엔비디아 반도체 규제, 트럼프 정부의 전략적 오판 지적.
트럼프 정부가 최근 중국에 대한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조치가 '전략적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위해 특별히 설계한 저사양 AI 반도체 H20을 비롯한 모든 제품에 대해 별도 승인 절차를 도입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최근 미국 내 5천억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 서버 생산 계획을 발표하며 트럼프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결정이었다.
블룸버그는 18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엔비디아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 정부의 협상 테이블에 올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이번 규제가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경고했다. 특히 블룸버그는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은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에서 일상이 되고 있다"며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압박을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엔비디아를 활용하는 전략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번 규제 강화의 배경에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AI 칩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이 장기적으로는 미국 기업들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중국의 기술적 자립을 오히려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 딥시크 출시로 입증된 기술력, 반도체 분야 추격 가속화 전망.
이번 규제 강화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중국이 이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룩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서비스 '딥시크(DeepSeek)'를 통해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입증했으며, 이는 미국의 기술적 우위가 생각보다 빠르게 무너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딥시크의 성공은 중국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음을 의미하며, 이제 하드웨어 분야인 반도체에서도 유사한 발전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데 "몇 년 남지 않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와 SMIC 같은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번 규제 조치는 이러한 노력에 더욱 큰 동기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수출 규제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중국은 이미 2019년부터 지속된 미국의 기술 제재에 대응하여 자체 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해왔다. '중국제조 2025'와 같은 국가 전략을 통해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기술 분야에서 자립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번 엔비디아 규제는 중국이 이러한 목표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최근의 정책적 흐름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엔비디아를 충분히 대체할 기술을 확보하기까지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 수출 규제의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손실과 미국 기술 우위에 대한 장기적 위협.
이번 규제 조치는 단기적으로 엔비디아의 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엔비디아의 주요 시장 중 하나로, 이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는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엔비디아가 중국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빠른 속도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경쟁력 약화는 미국 전체의 기술 우위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 이번 규제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중국 자국 기업들이 빠르게 채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화웨이는 이미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아센드(Ascend)' 시리즈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SMIC 역시 첨단 공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규제가 강화될수록 중국 정부와 기업들의 자체 기술 개발 의지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를 장기판의 말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 불러온 혼란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의 규제 접근법이 단기적인 압박 효과를 넘어, 장기적으로 미국의 기술 경쟁력과 경제적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기술 분야에서의 진정한 경쟁력은 규제가 아닌 지속적인 혁신과 국제 협력을 통해 확보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의 강경한 규제 정책에 대한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