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500만 달러 영주권 판매 공약 실현 단계 돌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공약으로 내세웠던 '500만 달러 미국 영주권' 프로그램이 구체적인 실현 단계에 접어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보도를 통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연방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가 500만 달러에 영주권을 판매하는 '골드카드' 제도의 전산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DOGE 팀원들과 엔지니어들은 국무부, 국토안보부, 시민권·이민국(USCIS) 직원들과 함께 골드카드 발급에 필요한 웹사이트와 비자 신청 절차 등을 현재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처음으로 기존의 투자이민(EB-5) 제도를 대체하고 500만 달러(약 68억원)에 직접 영주권을 판매하는 골드카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정부가 고액 자산가들에게 직접 영주권을 판매함으로써 정부 재정을 확충하겠다는 취지로 제안되었다. NYT는 이 프로젝트가 머스크와 DOGE의 임무가 초기 과제였던 연방 정부 비용 절감에서 수익 창출이라는 새로운 목표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 주도 정부효율부, 온라인 신청 시스템 개발 중.
골드카드 제도의 실질적인 구현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효율부(DOGE)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출범과 함께 신설된 기관으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비버스팅인 비비안 살리바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DOGE는 원래 연방 정부의 비효율과 낭비를 줄이는 것을 주 임무로 삼았지만, 골드카드 프로젝트를 통해 정부 수익 창출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NYT 보도에 따르면 골드카드 프로그램을 위한 온라인 신청 시스템은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시민권·이민국의 기존 시스템과 통합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이러한 부처 간 협업은 비자 신청 처리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청자들에게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DOGE는 이민 관련 연방 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골드카드 신청자들이 기존 이민 시스템의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간소화된 경로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이끄는 DOGE의 기술적 접근 방식이 기존 정부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실리콘밸리식 혁신을 연방 정부 시스템에 도입함으로써 복잡한 이민 절차를 간소화하고 디지털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DOGE 팀원들과 엔지니어들은 국무부, 국토안보부, 시민권·이민국(USCIS) 직원들과 함께 골드카드 발급에 필요한 웹사이트와 비자 신청 절차 등을 현재 개발 중입니다.
500만 달러 영주권 판매 실제 현황과 논란.
골드카드 프로그램을 둘러싼 혼선도 일부 발생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연방 상무장관은 지난달 20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골드카드에 관해 설명하며 "어제 1,000개를 팔았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골드카드 프로그램이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는 인상을 주었으나, NYT는 이 프로젝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골드카드 판매 대금으로 거래된 돈은 아직 없다고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프로그램의 잠재적 수요를 과장하거나, 아직 개발 중인 시스템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해석되며 일부에서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정부 고위 관계자에 의해 유포된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골드카드 제도가 아직 실질적인 판매 단계에 이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판매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것은 제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골드카드 제도는 기존의 투자이민 프로그램인 EB-5를 대체한다는 계획으로, 이는 기존 제도에 대한 폐지나 대폭적인 개편을 의미할 수 있다. EB-5 프로그램은 미국 내 비즈니스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주권을 제공하는 제도로, 최소 100만 달러(고용 위기 지역의 경우 50만 달러)의 투자가 요구된다. 골드카드는 이러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요건 없이 직접적인 자금 납부만으로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골드카드 제도의 경제적 영향과 정책적 함의.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골드카드 제도는 미국 이민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이민 정책은 가족 결합, 고용 기반, 난민 보호 등 다양한 가치를 반영해왔으나, 골드카드 제도는 경제적 기여 특히 직접적인 자금 납부에 기반한 이민 경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시사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골드카드 프로그램은 상당한 재정 수입을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 만약 연간 1만 개의 골드카드가 판매된다면, 미국 정부는 약 500억 달러(약 68조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는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상당한 금액이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의 직접적인 자금 조달이 다른 세금 인상이나 지출 삭감보다 정치적으로 덜 논쟁적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골드카드 제도가 '부자들을 위한 특혜'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미국 이민의 근본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기존 이민 시스템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고 있는 신청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며, 이민을 통한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국제적 맥락에서 본 골드카드 제도와 미래 전망.
미국의 골드카드 제도는 국제적 맥락에서 볼 때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여러 국가들이 투자 이민 프로그램을 통해 자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부유한 외국인들에게 거주권이나 시민권을 제공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골든 비자, 몰타의 시민권 프로그램, 싱가포르의 글로벌 투자자 프로그램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글로벌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정치적·경제적 불안정을 겪고 있는 국가의 부유층들이 자신과 가족의 안전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골드카드 역시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의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특히 미국이라는 국가의 브랜드 가치와 안정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골드카드 제도의 성공 여부는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제도의 법적 안정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며, 정부 부처 간 협업을 통한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또한 이민법 개정과 같은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의회와의 협력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골드카드 제도가 기존 이민 시스템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또 미국 사회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앞으로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