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공수처 검사 첫 공동 법정 출석... 전직 부장검사 수사자료 유출 병합 재판

SONOW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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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수처 동시 공소유지 '이례적 장면'... 수사자료 유출 사건 병합 심리.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가 같은 법정에서 나란히 앉아 공소유지 업무를 진행하는 이례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513호 법정에서 열린 박아무개 전 부장검사의 수사자료 유출 사건 1차 공판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공판검사와 공수처 검사가 함께 검사석에 앉아 공소유지를 맡았다.

법정 검사석에서 검찰과 공수처 검사가 나란히 앉아 공소유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공수처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배경에는 두 기관이 동일한 사건에 대해 각각 다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가 병합 심리하게 된 특수한 상황이 있다.

피고인 박 전 검사는 '전 군사고등법원장 뇌물사건'을 수사하던 2019년 11월과 12월 서울중앙지검 자신의 검사실에서 사건관계인에게 자필 메모나 금융거래정보 등 수사자료를 촬영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지난해 9월 개인정보보호법과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공수처는 사건을 넘겨받아 같은 해 11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재차 기소했다.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기소권한은 공수처에만 있기 때문에 이처럼 두 기관이 각각 다른 법률 위반으로 기소한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동일하기 때문에 법원이 두 사건을 병합해 함께 심리하게 되면서 두 기관의 검사가 같은 법정에 출석하게 됐다.

두 기관 각각 공소사실 낭독... 피고인 측 "혐의 부인" 입장.

이날 1차 공판에서 검찰과 공수처 검사는 각각 자신들이 적용한 혐의에 대해 따로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두 기소 내용의 사실 관계는 동일했으나 적용된 혐의만 달랐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개인정보보호법과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를, 공수처 측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각각 설명했다.

피고인 박 전 검사의 변호를 맡은 권찬혁 변호사(법무법인 에프앤엘파트너스)는 "2개의 기관에서 2개의 사실로 기소했는데, 2개의 사실은 하나의 사실관계에 기초하고 있다"면서 "피고인이 수사에 도움을 받기 위해 수사관들에게 상대방 요청에 대해서 협조해주라고 한 사실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가 공개됐는지 몰라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전 검사 측은 혐의 자체를 부인하는 입장을 취했다. 변호인은 또한 아직 수사자료를 모두 열람하고 등사하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하며, 증거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이날 공판에서는 추가 진행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피고인 측의 증거 인부 절차 등은 다음 공판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박 전 검사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검찰 재직 시절 서울중앙지검에서 일하며 '전 군사고등법원장 뇌물사건'을 담당했다. 이후 대검찰청 마약과장을 지냈으며, 이 사건이 2023년 4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당시에는 마약과장 직위에 있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와 검찰이 함께 공소유지를 하는 첫 번째 사건"이라면서 "잘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감찰 지연 논란 거쳐 기소까지... 두 기관 협력 체계에 관심.

이 사건은 2023년 4월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으며, 그해 5월 서울고등검찰청이 감찰에 착수했다. 그러나 당시 박 전 검사가 대검찰청 마약과장으로 재직 중이었기 때문에 감찰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202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감찰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박 전 검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기소했으나,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는 공수처의 독점적 기소권한에 해당하는 사안이었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해당 부분에 대한 수사권을 넘겨받아 별도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하면서 두 사건이 각각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사실관계가 동일한 점을 고려해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하기로 결정하면서, 두 기관의 검사가 같은 법정에서 공소유지를 담당하게 됐다. 이처럼 검찰과 공수처가 같은 사건에 대해 공동으로 공소유지를 맡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재판 과정에서 두 기관 간의 협력 체계가 어떻게 작동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건의 특수성은 검사 출신 피고인에 대해 두 수사기관이 각각 자신들의 권한 범위 내에서 수사와 기소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는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의 범죄, 특히 검사의 직무 관련 범죄에 대한 독점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다는 현행 제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향후 진행될 공판에서는 두 기관이 제시한 각각의 혐의에 대한 법적 판단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또한 두 기관의 공소유지 과정에서의 협력 방식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SONOW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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