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1분기 성장률 전망치 0.2%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 마이너스 성장 배제 못해.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한은은 1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 뒤 배포한 '경제 상황 평가'에서 "1분기 경제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2월 전망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충격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1분기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요 원인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의 장기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정치 상황이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은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의 장기화와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로 3월 경제 심리가 다시 위축됐다"며 "대형 산불,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등과 같은 일시적 요인들까지 겹치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하방 압력이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1분기 경상수지는 상품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했으나, 수입이 원자재를 중심으로 더 많이 감소하면서 당초 예상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이는 내수 부진으로 인한 수입 감소가 주된 원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지난 전망치인 750억 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관세정책 본격 시행 앞두고 경제 전망 더욱 암울... 2분기부터 관세 영향 본격화.
한국 경제 앞길은 더욱 어두워 보인다. 아직 미국의 관세 폭탄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미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분기 수출부터 실질적으로 미 관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전대미문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며 업계도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글로벌 무역 협상 진전 추이, 추가경정예산의 규모와 시기, 이 과정에서 경제 심리의 회복 속도에 크게 영향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가 한국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월 전망 당시 한은은 비관적 관세전쟁 시나리오에서 올해 성장률을 1.4%로 예측했으나, 한은 스스로 "실제 미국 관세정책이 예상보다 더 세다"고 평가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집행이나 관세 협상 타결 등이 없는 한 5월 발표 예정인 새로운 전망치는 1.4%마저 밑돌아 1% 안팎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의 관세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 주도형 경제인 한국에 미치는 타격은 더욱 클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는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크게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경기 부양책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재정정책의 효과적인 집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분기 수출부터 실질적으로 미 관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전대미문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며 업계도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IB들, 한국 경제 성장률 1% 안팎 전망... 한은도 5월 성장률 대폭 하향 조정 예상.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은 이미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4월 10일 현재 주요 40여개 IB 등 시장 참가자들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중위 값이 1.4%, 하위 25%는 1.1%"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월 한은이 제시한 1.5%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한은은 다음 달 29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을 기존 1.5%에서 1.1~1.3% 수준으로 하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1분기 성장과 관세 리스크를 감안하면 연간 성장률은 1.1% 수준까지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0%대 성장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렬, 정치적 불확실성의 지속,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최악의 상황이 겹칠 경우 한국 경제가 심각한 성장 둔화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내수 시장과 중국 경제의 구조적 둔화도 한국 경제의 추가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적극적인 재정정책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조건들이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이 낮아 보여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