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파산 속출, 1분기 188건으로 15년 만에 최다...고금리·소비둔화 여파 확산

SONOW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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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신청 15년 만에 최고치 기록, 기업 재무 건전성 약화 심화.

미국 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급증하며 경제 불안 신호가 커지고 있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1~3월) 미국 기업들의 파산 신청 건수가 188건을 기록해 같은 기간 기준으로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전년 동기 139건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로, 2010년 1분기에 기록한 254건 이후 가장 많은 파산 건수다.

이번 조사는 채무총액 200만 달러 이상의 상장사와 1000만 달러 이상의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법원에 파산 신청한 건수를 집계한 것이다. 분기별 파산 건수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파산 건수가 정부의 지원책과 저금리 환경에서 감소했다가, 2022년부터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다시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파산 건수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정책 장기화와 이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 증가를 꼽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부채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재무 건전성이 약화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의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파산 건수 증가는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재무적 스트레스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라며 "특히 자본 집약적 산업과 소비재 산업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 파산 현황과 주요 기업 사례, 자본재·소비재 타격 심각.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등 자본재 관련 기업들의 파산이 3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일용품 관련 기업이 24건, 헬스케어 업종이 13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생활용품과 생필품을 합한 소비 관련 업종의 파산 건수는 33건에 달해 개인소비 둔화가 기업 실적에 미치는 타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고물가와 고금리 환경에서 소비를 줄이면서 관련 기업들의 수익이 감소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개별 기업의 파산 사례 중 부채 총액이 10억 달러 이상인 대형 파산으로는 캐주얼 의류업체 포에버21의 운영회사인 'F21', 전기차 트럭 제조업체 '니콜라', 수예용품 체인 '조안' 등이 눈에 띈다. F21의 경우 중국의 저가 인터넷 통신판매 대기업과의 가격경쟁 격화로 실적이 크게 침체되었으며, 니콜라는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구축과 저비용화에 실패하고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예상을 밑돌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기업 중에서는 인기 레스토랑 체인 '후터스 오브 아메리카'와 유전자 검사 서비스로 유명한 '23앤드미 홀딩'도 부채 10억 달러 이하 규모의 파산을 신청했다. 후터스는 코로나19 이후 외식산업 회복 부진과 소비자 취향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23앤드미는 개인정보 보호 규제 강화와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기업들의 파산 증가는 고금리 환경 장기화와 소비 둔화의 결합이 만들어낸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의 결과이다. 특히 자본집약적 산업과 소비자 지출에 민감한 업종에서 그 타격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 월스트리트 금융 애널리스트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업 파산의 증가가 미국 경제의 냉각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고 지적한다. 특히 고용시장에서 점진적인 약화 조짐이 나타나고 소비자 신뢰도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기업 파산 증가는 경기 순환의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회사채 차환 부담 증가와 앞으로의 전망, 트럼프 관세 정책 영향 우려.

파산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회사채 차환 부담 증가다. 상환 기한이 도래한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은 고금리 환경에서 새로운 부채를 통해 기존 부채를 상환(차환)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저신용등급채 지수에 따르면, 현재 회사채 이율은 8.5% 전후로 2023년 11월 하순 이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기업 파산은 상장 기업뿐 아니라 사모펀드(PE)나 벤처캐피털(VC) 등이 투자하는 미상장 기업에서도 늘고 있다. S&P에 따르면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24년 전체 기업 파산 건수 691건 중 PE와 VC 산하 기업이 11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투자 자금이 풍부했던 저금리 시대에 높은 가치평가를 받고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던 많은 기업들이 현재의 고금리 환경과 실적 부진 속에서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입 비용 증가와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운영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경제 분석팀은 "현재의 고금리 환경이 당분간 지속되는 가운데 추가적인 관세 부담까지 더해진다면, 특히 이미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의 파산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2025년 하반기와 2026년에는 기업 파산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기업들이 단기적인 현금 흐름 관리와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미 높은 부채 수준을 가진 기업들에게는 이러한 노력이 역부족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금리 인하가 시작되더라도 그 속도가 완만할 경우,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 개선이 더딜 수 있어 파산 증가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ONOW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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