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킨슨병 줄기세포 치료, 미국·일본 연구진 동시 발표.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줄기세포를 이식해도 안전하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미국과 일본 연구진에 의해 동시에 발표됐다. 4월 1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두 건의 연구 결과는 파킨슨병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배아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라는 서로 다른 방식을 통해 동일한 안전성과 유사한 효능을 확인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파킨슨병은 뇌 흑질(黑質)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되어 운동 기능이 저하되고 온몸이 떨리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지금까지는 약물 치료나 뇌심부자극술 같은 대증 요법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줄기세포를 활용한 신경세포 재생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이번에 발표된 두 연구는 서로 다른 종류의 줄기세포를 사용했지만, 둘 다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전구세포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미국 연구진은 배아줄기세포를, 일본 연구진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각각 사용했으며, 두 연구 모두 안전성과 일정 수준의 효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줄기세포 치료가 파킨슨병 치료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연구팀의 배아줄기세포 임상, 증상 50% 개선 효과.
미국 비비안 타바르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센터의 연구진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를 파킨슨병 환자 12명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배아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형성된 수정란에서 얻어지는 원시세포로, 인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배아줄기세포를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로 분화시킨 후 동결 보존했다가 파킨슨병 환자들의 뇌에 직접 이식했다. 이식 방법은 뇌에 작은 구멍을 뚫어 특정 부위에 세포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은 투여 용량에 따라 저용량 그룹(5명)과 고용량 그룹(7명)으로 나뉘었다.
임상시험 결과, 이식된 세포는 뇌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로 성공적으로 발달했다. 연구진이 18개월 동안 환자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세포가 종양으로 변하는 등의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배아줄기세포는 분화 능력이 뛰어나 종양 발생 위험이 있었으나, 이번 임상에서는 그러한 우려가 불식됐다.
연구진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근육 경직, 떨림, 운동 속도 저하같은 파킨슨병 증상을 평가했다. 그 결과 저용량·고용량 그룹 모두 파킨슨병 증상이 호전됐다. 특히 고용량 그룹은 파킨슨병 증상이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연구팀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임상, 윤리적 대안 제시.
일본 도쿄대학의 다카하시 료스케와 다카하시 준 교수 연구팀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성체의 피부세포와 같은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도입하여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상태로 되돌린 줄기세포다. 수정란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윤리적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유도만능줄기세포로부터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를 만들어 파킨슨병 환자 7명의 뇌에 이식했다. 환자들은 투여 용량에 따라 저용량 그룹(3명)과 고용량 그룹(4명)으로 나뉘었다. 24개월간의 추적 관찰 결과, 미국 연구팀과 마찬가지로 세포가 종양으로 변하는 등의 안전성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효능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환자 6명(저용량 2명, 고용량 4명)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저용량과 고용량 그룹 모두 뇌에서 도파민 생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용량 그룹에서 도파민 생성이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용량에 비례해 치료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 게이오대학 의과대학의 히데유키 오카노 교수는 네이처에 함께 실린 논평에서 "두 임상시험 모두 안전성과 잠재적 효능을 보여줬다"며 "파킨슨병을 세포로 치료하는 방법이 보다 넓은 영역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다만 임상시험에서 연구진과 환자 모두 어떤 치료를 받는지 알고 있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했다. 향후 이중맹검 방식의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