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첼라 패션의 새로운 시대, 보헤미안에서 도발적 개성으로 진화.
코첼라 밸리 음악 & 아트 페스티벌이 2025년 두 번째 주말을 맞이하면서, 페스티벌 패션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때 '코첼라의 여왕'이라 불리며 보헤미안 시크 스타일을 대표했던 바네사 허진스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보다 다양하고 과감한 패션 트렌드가 사막을 수놓고 있다.
패션 전문가들은 이번 코첼라에서 나타난 스타일의 변화를 '포스트-보헤미안 시대의 도래'로 평가하고 있다. 꽃무늬 드레스와 술 장식 베스트, 크로셰 탑으로 대표되던 전통적인 코첼라 룩 대신, 다양한 창의적 표현이 공존하는 무대로 변모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개성 있고 도발적인 의상들이 페스티벌을 수놓았다.
티모시 샬라메, 카일리 제너, 저스틴과 헤일리 비버 부부 등 A급 셀럽들은 단순하고 무난한 스타일로 관객들 사이에 섞여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페스티벌 패션의 주류에서 벗어나 주목받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반면, 무대에 선 아티스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하고 독창적인 의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국 보그의 패션 에디터 린다 포셀은 "코첼라 2025는 확실히 페스티벌 패션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이제 코첼라는 단순한 보헤미안 룩의 쇼케이스가 아닌, 아티스트와 셀럽들이 자신만의 개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패션 플랫폼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무대를 장악한 파격적 의상들, 동물 모티프부터 파충류 슈트까지.
페스티벌의 정점에 선 아티스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패션의 경계를 허물었다. 레이디 가가는 도발적인 패션 브랜드 '피컬 매터(Fecal Matter)'의 커스텀 의상을 입고 무대를 압도했다. 깃털로 뒤덮인 의상과 함께 새의 발톱을 연상시키는 장갑을 착용한 그녀의 모습에 팬들은 "가가첼라(Gagachella)"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 독특한 앙상블은 가가의 음악적 정체성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페스티벌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블랙핑크의 리사 역시 동물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으로 관중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첫 코첼라 솔로 공연에서 디자이너 애셔 레빈(Asher Levine)이 특별 제작한 파충류 슈트를 착용했다. 이 독특한 의상은 시청자들에게 HBO 드라마 '화이트 로터스'의 캐릭터를 연상시키면서도, 리사만의 과감하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패션 비평가들은 이번 공연이 리사가 국제적인 패션 아이콘으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블랙핑크의 또 다른 멤버이자 솔로 아티스트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제니는 조르주 호베이카(Georges Hobeika)의 가죽 재킷과 미니 반바지로 카우걸 무드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녀의 웨스턴 스타일 의상은 요즘 트렌드인 '카우보이코어(Cowboycore)'의 세련된 해석으로, 많은 패션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025 코첼라는 보헤미안 룩의 종말을 알리고 새로운 패션 시대의 시작을 선언했다. 특히 K-팝 아티스트들의 패션 영향력이 글로벌 무대에서 얼마나 강력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자리였다." - 하퍼스 바자 패션 디렉터
줄리아 폭스는 페스티벌 패션의 경계를 더욱 확장했다. 그녀는 굽 높은 카우보이 부츠와 크롭 가죽 재킷을 입고, 그 아래에는 채프스 팬츠만 착용해 엉덩이를 과감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파격적인 스타일은 페스티벌의 자유로운 정신을 체현하면서도, 현대적인 서부 개척 시대 미학을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양한 패션 코드의 공존, Y2K부터 클래식 정장까지.
이번 코첼라에서는 마이크로 미니 쇼츠가 인기 있는 트렌드로 떠올랐다. 메건 더 스탤리언, 시아라, 틸라, 빅토리아 모네 등 여러 아티스트들이 공연 중 초미니 반바지를 선보였다. 특히 메건 더 스탤리언과 시아라는 이를 대담하게 변형한 퍼포먼스 의상으로 무대의 열기를 더했다. 틸라는 여기에 더해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의 2000년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은 크리스털 메시 브라와 실크 자카드 벨트 스커트를 매치해 Y2K 스타일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애디슨 레이는 프랑스 패션 하우스 클로에(Chloé)의 2025년 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인 흐르는 듯한 시스루 가운을 입어 우아한 페미닌 룩을 선보였다. 베키 지는 이탈리아 브랜드 데파이언스(Defiance)가 맞춤 제작한 그리스풍의 투피스 의상으로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더 마리아스의 마리아 자르도야는 드라마틱한 검은색 초커와 함께 그녀의 고향인 푸에르토리코 국기를 액세서리로 활용해 자신의 정체성을 패션으로 표현했다.
노아 사이러스는 러플 소매와 하이넥, 시스루 레이스가 특징인 빅토리아풍 드레스를 입고 샤부지와 함께 무대에 올라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필리핀계 영국 가수 비바두비는 디자이너 로라 안드라슈코의 "슬론 레인저" 컬렉션 티셔츠를 입어 캐주얼하면서도 독특한 감성을 표현했고, 영국 가수 롤라 영은 털이 달린 비키니 탑에 모자를 매치해 페스티벌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하지만 이번 코첼라의 진정한 패션 아이콘은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 미국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는 네이비 블레이저와 하늘색 버튼업 셔츠라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스타일을 고수하며 페스티벌에 참석해 화제가 되었다. 레이브 파티보다는 회의실에서 더 어울릴 법한 그의 클래식한 정장 차림은 역설적으로 개성 있는 스타일로 주목받으며, 패션이 단순한 옷 이상의 정체성 표현 수단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패션 산업 분석가들은 "2025 코첼라는 특정 스타일이 지배하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패션 코드가 공존하는 진정한 다양성의 축제였다"며 "이는 현대 패션이 단일한 트렌드보다 개인의 정체성과 표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