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기업, 터키 경유 '회색 무역'으로 美 145% 관세 회피...제3국 원산지 세탁 급증

SONOW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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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45% 관세 부과에 중국 수출기업들 '회색 무역' 급증.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 수출기업들이 고율의 미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제3국을 경유하는 '회색 무역(Gray Trade)'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15일 보도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145% 고율 관세 부과 이후 중국 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관세 회피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회색 무역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무역 관행으로, 주로 원산지를 세탁하거나 제3국을 경유해 관세를 회피하는 방식이다. 중국 상하이의 한 해운 대리점 관계자는 차이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내린 90일 관세 유예 조치 덕분에 항구에서 중국산 제품의 원산지를 세탁해 상표 바꿔치기를 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회색 무역의 주요 경로로 터키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터키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0%에 불과해, 중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터키 무역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중국 수출기업들에게 접근해 터키 항구에서 중국산 제품을 미국행으로 환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해운 대리점 관계자는 "터키 무역업체들은 이번 기회에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터키로 우회 수출을 하면 운송비는 증가하지만, 그들은 미국의 관세 유예기간 동안 열심히 일하면 1년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중 무역 갈등이 제3국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회색 통관'으로 비공식 루트 활용, 원산지 세탁 방식 다양화.

중국 수출기업들이 활용하는 회색 무역의 또 다른 유형으로는 '회색 통관(Gray Customs Clearance)' 방식이 있다. 이는 정식 통관 절차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공식 관세율보다 낮게 관세를 내고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방식이다. 차이신에 따르면 이러한 비정상적인 통관 관행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원산지 세탁의 방식도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단순히 제품의 라벨을 바꾸는 것을 넘어, 제3국에서 일부 조립 과정을 거쳐 해당 국가의 원산지 인증을 받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국가에 소규모 공장을 설립해 최종 조립을 진행함으로써 원산지 증명서를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 국경간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대표들은 이러한 관행이 확산되는 배경에 미국 세관의 행정력 부족도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 세관 당국이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조정하고 있지만 실제 집행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제품 분류, 원산지 증명 등을 처리하는 데 세관 인력이 크게 모자란다"고 설명했다.

"이번 미중 관세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제3국 우회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글로벌 무역 질서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 국제무역 전문가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터키 등 제3국의 수출 기지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미 일부 중국 기업들은 중국 본토 공장의 생산을 줄이고 이들 국가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관세 회피 전략을 넘어, 장기적인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 가속화.

차이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중국산 수입 제품에 대해 각각 10%씩 2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초 145% 관세를 매겼다. 이에 대응해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1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사실상 양국 간 직접 무역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미중 간 고율 관세 부과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무역 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과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 있던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다국적 기업들은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넘어 중국 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무역 전문가들은 회색 무역과 같은 관세 회피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중국 기업들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원산지 세탁 행위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더 복잡한 무역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무역 갈등의 영향은 중국과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은 국제 물가 상승과 제품 수급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중국과 미국 모두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양자택일의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수록 글로벌 경제 질서의 블록화가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제 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관세 분쟁은 단순한 무역 마찰을 넘어 글로벌 경제 패권을 둘러싼 구조적 갈등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회색 무역의 증가는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국제 무역 질서 확립을 위한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ONOW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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