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카이퍼 프로젝트, FCC 승인 5년 만에 첫 위성 발사 준비.
아마존이 드디어 자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카이퍼 프로젝트(Project Kuiper)'의 첫 위성 발사를 앞두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받은 지 5년 만에 이루어지는 이번 발사는 세계 위성 인터넷 시장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스타링크)에 이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아마존의 발표에 따르면, 첫 카이퍼 위성 배치 임무인 '카이퍼 아틀라스 1(KA-01)'은 오는 9일(현지시간, 한국시간 10일 오전 1시)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유나이티드 런치 얼라이언스(ULA)의 아틀라스 5호 로켓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로켓은 총 27개의 카이퍼 위성을 지구 상공 450km 저궤도에 배치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사될 아틀라스 5호 로켓에는 5개의 고체 로켓 부스터와 주 추진기가 사용된다. 위성 탑재체를 보호하는 덮개(페어링)는 높이 23.5m, 너비 5m에 달하며, 이번 탑재체는 아틀라스 5호 로켓이 지금까지 운반한 화물 중 가장 무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마존이 카이퍼 프로젝트에 쏟아붓는 기술적 투자와 노력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는 2019년 시작된 이후 여러 차례 지연되어 왔다. 2023년 10월에 서비스 첫 테스트를 완료했지만, 실제 운용 위성의 발사는 이제야 이루어지게 됐다. 이번 KA-01에 탑재되는 위성들은 기존 테스트 모델보다 대폭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위상 배열 안테나, 프로세서, 태양광 배열, 추진 시스템, 광학 위성 간 링크 등 여러 부분이 개선되었으며, 특히 유전체 거울 필름으로 코팅되어 햇빛 반사를 줄이는 환경 친화적 설계가 적용됐다.
3,200개 위성 네트워크 구축 계획, 80회 이상 발사 확보...연말부터 서비스 시작.
카이퍼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3,200개 이상의 위성으로 구성된 대규모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전 세계에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고속 인터넷이 닿지 않는 지구 오지나 개발도상국에도 안정적인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야심찬 계획이다. 아마존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소 80회 이상의 로켓 발사를 이미 확보했다.
발사 파트너로는 ULA(아틀라스 5호 7번, 벌컨 센타우르 38번)뿐만 아니라 아리안스페이스, 블루 오리진, 그리고 흥미롭게도 경쟁사인 스페이스X로부터도 30회 이상의 발사를 계약했다. 특히 블루 오리진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또 다른 우주 기업으로, 시너지가 예상된다. 각 발사마다 수십 개의 위성이 네트워크에 추가될 예정이며, 위성 배치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아마존은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제한적인 고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위성이 발사된 후의 과정도 흥미롭다. 위성들은 처음 450km 저궤도에 배치된 후, 자체 전기추진시스템을 사용해 630km 궤도로 상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위성들은 서로 네트워크 연결성을 시험하게 되며, 최종 운용 궤도에 도달하면 시속 27,359km 이상의 속도로 지구를 90분마다 한 바퀴씩 돌게 된다.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는 단순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넘어,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번 첫 발사는 그 여정의 중요한 첫 걸음입니다." - 아마존 카이퍼 프로젝트 관계자
CNBC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FCC가 정한 기한인 내년 7월까지 전체 위성의 절반인 1,618개를 궤도에 올려야 한다. 이는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로, 아마존이 계획된 발사 일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가 프로젝트 성패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위성 인터넷 시장 경쟁 격화, 스타링크 독주에 제동.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 출범은 급성장하는 글로벌 위성 인터넷 시장의 경쟁 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이 시장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이미 7,000개 이상의 위성을 궤도에 배치했으며,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카이퍼에 비해 상당한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은 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및 클라우드 기업으로서의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특히 이미 구축된 글로벌 인프라와 AWS(아마존 웹 서비스)와의 시너지 효과는 아마존 카이퍼가 가진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또한, 스타링크와 달리 카이퍼는 기존 통신 사업자와의 협력 모델을 추구하며 시장에 접근하고 있어 차별화 전략이 주목된다.
위성 인터넷 시장에서는 아마존과 스페이스X 외에도 여러 경쟁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지원하는 영국 기반의 원웹(OneWeb), 미국에 본사를 둔 비아샛(Viasat), 중국의 스페이스세일(SpaceSail) 등 다양한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중 원웹은 약 600개의 위성을 이미 궤도에 올렸으며, 비아샛은 최근 인마샛(Inmarsat)을 인수하며 역량을 강화했다.
이러한 경쟁 구도 속에서 아마존 카이퍼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과 경쟁적인 가격 혜택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술 혁신의 가속화와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베조스와 머스크라는 두 기술 거물의 대결 구도 역시 시장에 추가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우주 산업 분석가들은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시작된다면, 위성 인터넷 시장은 더욱 역동적인 성장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특히 개발도상국과 비도시 지역의 디지털 연결성 향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이 기술이 5G, 6G와 결합해 지상 통신망을 보완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