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무역협상, 다음 주 중대 분수령 맞는다.
미국 재무부가 다음 주 한국과의 무역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한미 무역관계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됐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4월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베트남, 이번 주 수요일(16일) 일본, 그리고 다음 주에는 한국과의 협상이 진행된다"며 일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베선트 장관은 특히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된다"고 강조하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선협상을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는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베선트 장관은 또한 "가장 중요한 교역국과의 협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며 "실제 무역 협정 문서가 아닐 수 있지만, 원칙적인 합의를 할 것이며 거기서부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통적인 무역협정 체결보다는 자국 무역적자 개선, 비관세 장벽 완화 등의 약속을 담은 간소한 형식의 합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의제는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공급망 안보 강화, 그리고 핵심 산업 분야에서의 투자 확대 등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이러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협상 카드를 놓고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트럼프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 자동차 부품 면제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부터 수입차에 25% 관세를 발효한 데 이어 5월 3일 이전에 수입차 부품에도 관세를 매길 예정이었으나,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한시 관세 면제 조치를 검토하는 특정 물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동차 업체 일부를 돕기 위한 무언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기업들은 캐나다, 멕시코에서 생산되던 부품을 이곳(미국)에서 만들기 위해 전환하고 있다"며 "그들은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 발언은 미국 내 자동차 생산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한 응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부터 대중국 압박과 무역적자 해결, 공급망 재편성 등을 명분으로 관세를 일종의 '채찍'으로 활용해왔다가, 예상치 못한 국내 기업 부담과 소비자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에 직면하자 정책을 계속 뒤집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1일에는 스마트폰, PC 등 일부 전자제품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가, 13일에는 "전자제품 관세 면제가 아니다"라며 반도체 등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다시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봐주지 않겠다"며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지만, 자동차 부품 관세 면제 언급으로 하루 만에 이를 또다시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품 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이 불확실해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 자동차 산업과 반도체 산업, 이중고에 직면.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관세 정책 속에 국내 완성차 및 부품 업체들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관세 혜택이 미국 기업에 집중될 경우, 미국 현지에 연간 100만대 이상의 생산 체제를 갖춘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대응 여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김영훈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실장은 "부품 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이 불확실해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미국 내에서 생산된 차를 팔기 쉽게 해주겠다'는 의미인데, 포드와 GM 등 미국 업체들에만 혜택을 줄지 다른 나라 업체들까지 포함시킬지 미정"이라며 "전자의 경우 현대·기아차에는 불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14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의약품 및 그 원료 등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의 수순으로, 다음 달쯤 관세 부과 조치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자동차와 반도체라는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이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모두 영향을 받게 되면서, 한국 정부는 다음 주 예정된 무역협상에서 어떤 협상 카드를 내밀지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베선트 장관이 언급한 '먼저 움직이는 자의 이점'이 실제로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아니면 협상력을 약화시킬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